버스가 오늘따라 오지 않는다눈은 점점 폭설로 변해 가는데 우산도 없다 택시가 지나간다버스비만 주머니에서 딸랑눈보라에 어른거리는 옛 모습들엄마 아빠 남편 아들 하느님 목사님 피아노 농약 요양보호사 양산 넓은 뜰이 내 것이었던 시절서울 목동 50여 평 아파트 그리고 터진 IMF심장까지 얼어붙은 후 내려간 김포 그리고 조치원 굶기를 밥
- 오세홍
버스가 오늘따라 오지 않는다눈은 점점 폭설로 변해 가는데 우산도 없다 택시가 지나간다버스비만 주머니에서 딸랑눈보라에 어른거리는 옛 모습들엄마 아빠 남편 아들 하느님 목사님 피아노 농약 요양보호사 양산 넓은 뜰이 내 것이었던 시절서울 목동 50여 평 아파트 그리고 터진 IMF심장까지 얼어붙은 후 내려간 김포 그리고 조치원 굶기를 밥
순간 짤막하고 흥미로운즐거웠던 순간을 갑자기 찾아왔던 변화라면서새 아침 안개꽃을 향해그 마음 내려놓으며 바른 목적을 향해자기 길을 쉼 없이가야 된다면서 꾸짖습니다 소리 없이 스치는 솔바람 사이흔들렸던 가지잎 나이테 쌓인 큰 그루 나무언제나 그 자리였던 것을 태풍도 아닌 소소한 바람결에가지하나 꺾였다고 아파하지도
입술을 모아본다 피피김빠진 소리지만넘어졌던 무릎들이 따라온다 저 언덕 돌아논두렁을 걸어주조장 모퉁이로 되돌아올 것만 같아 휘휘 또 휘휘 소쩍새가 운다
ㄱ/ 딱 봐도 넘 불안하지 않니 당장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잖아그래도 이제 시작이니까 뭐ㄴ/ 그렇다고 벌써 아주 퍼질러 앉는 건 좀 그렇다 그치? 정수리 두껑 훤히 열어 놓고서ㄷ/ 그래 일단 좋아 앞뒤 꽉 막힌 것보담야 낫지 않니족히 전방 시야는 확보한 거니까ㄹ/ 순탄하던 타래 뭔가 좀 꼬인다 싶더라니하지만 층고가 그리 높지는 않아 다행ㅁ/ 답답하
새소리 들려오는 아침조용히 눈을 감는다 광야에 길을 내시고샘물을 내시는 하나님 부르짖어 외치는 소리에너는 내 친아들이라 하시며 부르짖어 외치는 소리에 내가 너의 주인이라 하신다. 환란 뒤에 오는빛나는 무지개 빛 언약 연단 받은 자들은의와 평강을 맺으리라. 흑암에 앉은 자를 세우시는 눈부
살아내는 일에 급급해시를 잃어버렸고여유를 잃어 버렸고녹록지 않은 삶 앞에무너질 때 있었지만어느 날한 권의 문학지를건네준 문우를 통해시심에 불을 붙여그루터기로 남아 있는뿌리를 찾았다여러 지면을 통해학창 시절의 꿈을 펼치고 오늘도하얀 종이에 춤추는 시어 한땀 한땀 수를 놓는다
가깝게 오래 사귀었다없는 듯 버티고 있는 온도가 서늘해서 따뜻하다 소요가 수시로 여닫는 수요를 매만진다가난할 때 더욱 빛이 나는 것일까 적막이 큼직한 냉장고를 들여놓았다말과 멋의 온도는 신선한 눈금으로 맞춘다 해독 쥬스 계란후라이 올리브유 연근가루독특한 냄새를 견딜 시간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말을 수시로 여닫는 냉장고
한때는 뜨거움이 있었지손을 대면 데일 것 같아그만 은은한 향기에 취해내 스스로 식기만을 기다렸지 커피향기 넘어 아스라한 기억 가슴을 저미는 상황 논리 속에 어쩌다 향기마저 놓치게 되었지 손님이 가고 나면 찻잔은 식는 법 그래도 이담에 올 손님을 위해 찻잔을 비우듯따사로운 온기를 그리며내 마음의 불을 지핀
찬란하게 떠오르는 아침 해와아름답게 타오르는 저녁놀을 보다가 어느새흘러가는 달빛에 취하며 따라가다 보니 해는 다시 그대로 떠오르고달은 그때 그 자리에 있었다 잡아도 잡아도 가는 줄로만 알았더니 게으르지 않은 계절은 다시 오고 그저 되풀이할 뿐내가 세월이었다
내 방벽 한켠에거울이 걸려 있다빛바랜 나무 테두리아주 낡은 거울이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걸려 있었던조모님의 특별한 거울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나는 으레 이 거울을 본다 일곱 살 때부터 쭉 해온버릇이다 거울을 들여다보면거울 주인인 조모님이 아니라 어머니의 모습이 보인다늘 입던 쑥색 치마의&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