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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다듬다

한국문인협회 로고 양희진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8월 6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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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마당 퍼진 햇살 아래
소쿠리 가득 따온 나물을 펼쳐 놓는다

 

아기손같이 보들한 오가피 다섯 잎
손에 가시가 박히는 줄도 모르고 살살 떼어낸다
어떤 것은 가시에 찔려도 모를 만큼 소중한 것이 있다

 

둥근 머위대는 툭툭 꺾어 담는다
딸 때도 수월하더니 끝까지 풍성하다
호박잎처럼 동그라니 쌈으로 먹는다
사는 날들도 이렇게 둥글었으면

 

낮게 엎드려 따온 자잘한 돌나물은
상처없이 베려면 땅에 가까워져야 하고
검불들을 골라내야 돌나물을 얻을 수 있다
어떤 것은 낮게 정성을 들여야 본모습을 내어준다

 

쭈그려앉아 쓸모 없는 것들을 골라내고 
덥수룩히 덮여 있는 지푸라기들을 떼어낸다

 

어쩌면 이 못난 것들이 나물을 자라게 했을까
이 하찮고 무용한 것들이 어쩌면 나를 지켜준 것일까

 

챙모자를 쓰고 봄을 다듬는다 
쭉정이들이 덩달아 딸려 나간다

 

버리고 쳐내고 잔가지를 골라내니 
새뜻해진 봄이
소쿠리 한가득 들어와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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