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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햇볕, 햇살, 햇빛 가로막는 벽의 그 림자

창문 꽉 채워 스며드는 햇볕에눈이 부셔 눈을 뜨면수돗물에 멱을 감고마른 수건으로 닦고 남은 물기운창가에서햇살에 띄워 보내고상큼하게 차려입고건물 속에서 벗어나려니눈이 부시도록 비치는 햇빛오른쪽 손바닥으로 가려 보고왼쪽 손바닥을 겹쳐 가려 보지만햇볕, 햇살, 햇빛을 가로막는 벽의 그림자 속으로곧장 들어선다.

  • 정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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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가을 국화

소소한 이른 아침에 눈 시리게 맑더니세상 속에 국화 한 송이 그림같이 피었다천년 세월 속의 향기인 양지나온 인내의 세월 속에서도 그 자태 찬연하다그리운 꽃잎 하나 영혼 속에 날개를 달며순백의 사랑으로 갈바람 타고 향기 품어 날고 있다숨어 침묵한 송이마다 한가운데눈 감아 짚어 보는 애증의 세월이 갈래 없다어느덧 가랑잎 구르는 갈급한 아침곱게 모은 결곡한 자태

  • 민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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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절반의 경로

지상에 반 지하에 반절반의 선에 삶의 둥지가 걸쳐 있다아침 햇살의 순례도촘촘한 쇠창살 간격을 비껴가고지나가는 행인의 그림자도절반만 보인다허리를 반으로 굽혀야 출입할 수 있는층수에도 끼지 못하는 반지하방습기 먹어 배부른 벽지에시퍼렇게 지도 그린 곰팡이 영토 언젠가는 땅위에로 탈출밤마다 직립을 꿈꾸는 변방의 눈물, 절반의 얼굴

  • 김정옥(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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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나목(裸木)의독백

곧추세운 발과 허리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는다하늘 향해 수직으로 뻗는 게 나의 꿈바람과 구름, 별을 좋아하고머리 위 원을 그리는 솔개와내가 떨군 열매를 먹는 다람쥐를 사랑한다그늘 아래서 술래잡기하는 아이들나의 발아래 묻혀 영면에 든 이름들그들을 기억한다나는 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외롭지 않다 전해야 할 바람의 날개 달고윙윙 울며 가지 못하는 서러움

  • 황종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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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기억의 공감

조금씩 조금씩 옅어져 가는 너를 향한 기억의 빛깔이시골집 구멍가게바래고 있는 양철 지붕 뿌연 간판처럼 나이 먹는다숲속에서 오래 자란늙은 상수리나무와옛집 뒷산 빛바랜늙은 바위들도 뒷짐을 진다밤하늘 달빛과별빛을 바라보며다다그런건줄알고말없이 그렇게 나이 먹었지 차라리어느 날 갑자기찾아온천둥 같은 이별이라면가슴을 툭툭 털어내며원망이라도

  • 장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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