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꽉 채워 스며드는 햇볕에눈이 부셔 눈을 뜨면수돗물에 멱을 감고마른 수건으로 닦고 남은 물기운창가에서햇살에 띄워 보내고상큼하게 차려입고건물 속에서 벗어나려니눈이 부시도록 비치는 햇빛오른쪽 손바닥으로 가려 보고왼쪽 손바닥을 겹쳐 가려 보지만햇볕, 햇살, 햇빛을 가로막는 벽의 그림자 속으로곧장 들어선다.
- 정위영
창문 꽉 채워 스며드는 햇볕에눈이 부셔 눈을 뜨면수돗물에 멱을 감고마른 수건으로 닦고 남은 물기운창가에서햇살에 띄워 보내고상큼하게 차려입고건물 속에서 벗어나려니눈이 부시도록 비치는 햇빛오른쪽 손바닥으로 가려 보고왼쪽 손바닥을 겹쳐 가려 보지만햇볕, 햇살, 햇빛을 가로막는 벽의 그림자 속으로곧장 들어선다.
달항아리를 보고 있으면입 안에 침이 고인다.일 나가 밤늦게 돌아오신 어머니가 박바가지에 가득 퍼주신달빛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보리밥.형제 넷이 달려들어순식간에 먹어치우고는,하늘에 떠 있던 고봉 쌀밥까지 바가지째 파먹었다.그날 이후,달항아리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배가 불러온다.
가을의 끝자락노을빛에 흐느끼는마지막 잎새한평생 모진 세월곱게 접어머리맡에 포개 놓고해설피 외로움에 떨고있는마지막 잎새겨울이 오면낙엽은 지고하얀 눈 다독이는 산자락에 가슴 설레는봄이 오는 것을돌아서는 세월을 물고 애처롭게 흐느끼는 마지막 잎새
소소한 이른 아침에 눈 시리게 맑더니세상 속에 국화 한 송이 그림같이 피었다천년 세월 속의 향기인 양지나온 인내의 세월 속에서도 그 자태 찬연하다그리운 꽃잎 하나 영혼 속에 날개를 달며순백의 사랑으로 갈바람 타고 향기 품어 날고 있다숨어 침묵한 송이마다 한가운데눈 감아 짚어 보는 애증의 세월이 갈래 없다어느덧 가랑잎 구르는 갈급한 아침곱게 모은 결곡한 자태
지상에 반 지하에 반절반의 선에 삶의 둥지가 걸쳐 있다아침 햇살의 순례도촘촘한 쇠창살 간격을 비껴가고지나가는 행인의 그림자도절반만 보인다허리를 반으로 굽혀야 출입할 수 있는층수에도 끼지 못하는 반지하방습기 먹어 배부른 벽지에시퍼렇게 지도 그린 곰팡이 영토 언젠가는 땅위에로 탈출밤마다 직립을 꿈꾸는 변방의 눈물, 절반의 얼굴
곧추세운 발과 허리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는다하늘 향해 수직으로 뻗는 게 나의 꿈바람과 구름, 별을 좋아하고머리 위 원을 그리는 솔개와내가 떨군 열매를 먹는 다람쥐를 사랑한다그늘 아래서 술래잡기하는 아이들나의 발아래 묻혀 영면에 든 이름들그들을 기억한다나는 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외롭지 않다 전해야 할 바람의 날개 달고윙윙 울며 가지 못하는 서러움
땅 속 기운 받아 땅 위 이슬 머금고기이한 얼굴을 내밀었구나.시작도 모르게 끝도 없이세세연년 그때 그 자리에 약속이나 한 듯살포시 우주를 알리는 너의 모습은 신의 작품이다.너의 신성함으로이름 없는 산들은 유명산이 되어 간다.
수컷이 날개옷을 입고암컷 앞에서 현란한 춤을 춘다치열한 구애 작전인 셈이다수컷이 많아 암컷은 귀한 몸이다짝짓기할 대상을 암컷이 고른다끈덕진 사나이는 사랑을 쟁취한다 날개를 펼쳐 목을 흔든다연습을 얼마나 했을까발레 춤 맵시는 전문가 수준이다.
조금씩 조금씩 옅어져 가는 너를 향한 기억의 빛깔이시골집 구멍가게바래고 있는 양철 지붕 뿌연 간판처럼 나이 먹는다숲속에서 오래 자란늙은 상수리나무와옛집 뒷산 빛바랜늙은 바위들도 뒷짐을 진다밤하늘 달빛과별빛을 바라보며다다그런건줄알고말없이 그렇게 나이 먹었지 차라리어느 날 갑자기찾아온천둥 같은 이별이라면가슴을 툭툭 털어내며원망이라도
연애땐별을따서천장에 달아준다고 했다살림에 지칠 때도 위로보다 순종적 여자이길 원했다봉급에 늘 아쉬움이 있었고 생활비 다툼도 있었다되돌아 보니 시집을 간 딸이 집사람 손거울이다세파에 시달린 파마머리는 너무나 낡아 눈이 내렸다여전히 늙은 식구에게 밥상 수발을 들게 할까?후회 없는 반성문은 가짜다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