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야, 축구야, 웃으며막내처럼 불러주던 언니야, 언니야9순을 오직 저 하나 참음으로 대가족을 평온으로 잇다고사리 몸으로 천국 가신 대인이 보름달 속에서 웃네들로, 산으로, 장으로발품 삼아 동동 구르며농사 지어 밥하고나무해서 불 때고야채 팔아 고기반찬 올리며 시댁 식구들의 입에밥 들어가는 거 보고 배불리며 자식들의 본이
- 노만옥
축구야, 축구야, 웃으며막내처럼 불러주던 언니야, 언니야9순을 오직 저 하나 참음으로 대가족을 평온으로 잇다고사리 몸으로 천국 가신 대인이 보름달 속에서 웃네들로, 산으로, 장으로발품 삼아 동동 구르며농사 지어 밥하고나무해서 불 때고야채 팔아 고기반찬 올리며 시댁 식구들의 입에밥 들어가는 거 보고 배불리며 자식들의 본이
내어린시절차령의 자락칠갑산 맴돌며자랐다.따스한 봄날산 정상에 오르면아지랑이 아른거리는 산 능선 멀리아스라이 백마강이 눈앞에 아른해저길 언제 가 볼 수 있을까하염없이 마음 다지며 꿈을 꾸다가진달래꽃밭 헤집고장곡사(長谷寺)로 하산하길 그 몇 번이던가여름천장리 얼음골 여울 따라 헤엄치며 고동도 잡고 개울가 집채만 한 바위말발굽 자국 깊게 파여진
노랗거나 살구색이거나 빨강이거나 혹은 연두와 하양 하양동그랗거나 길쭉하거나 새끼손톱의 거스러미 만큼이거나흰 속살 눈치껏 드러낸 반으로 쪼개진 분홍세 개의 봉지와 플라스틱 원통에 든일용할 파스텔 한 줌 털어 넣어야 시작되는 하루가끔 한두 개 알약이 목구멍을 거부하고 그 언저리를 배회할 때의 쓴맛 생기는 직선 대신 오불꼬불한 나선형이다노랑이 녹을 동안
공인가 했다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니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는길고양이다 털이 검은다가가도 가만히 있다달아나는 법을 잊은 것처럼어디가 불편한가 다쳤나아예 고양이 옆에 쭈그리고 앉아본다 구부러진 몸이 고양이 같다고개만 돌려 나를 보는 눈동자에 눈 한 번 꿈뻑이면 부서질 것 같은 동글게 말린 슬픔이 비친다구깃거리는 불청객에 놀라미동도 없던
장마가지렁이를 꺼냈다.지렁이가 꿈틀댔다. 하늘은아직도 빗날이다.지렁이가죽었다.발자국 하나 남아 있다.나는지렁이의 죽음을애도하지 않는다.지렁이도내 죽음에 무심할 것을내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우린 서로가 지렁이다. 우천(雨天)의 두려움을 모르는
4층 옥상에 노란 호박꽃벌 나비 동무하는 대여름5층 아파트를 넘겨보며 인사하지요.전깃줄에 대롱 달린 호박 형제윤동주 님의 서시를 낭송하며쉼 없이 흐르는 앞 강물을 바라보아요.풀벌레‘짜르르’오케스트라 연주 잠자리들 소리 없는 하늘 여행을 짧은 생명일지라도 희망으로 살아요.어디서 들려오는여인의 전통음악 장구 소리에 덩실덩실 웃고 있는
7월 장맛비가 오신다그리움에 눈물이 세차게 내린다잊혀질까 생각하면 서운한 듯아쉬움 속에 마음을 슬쩍 쓸어낸다아버지와 함께한 오랜 시절 덕수궁 나들이 즐거움아스라한 모습이 되어 거침없는 빗소리 따라 멀리 가셨다7월 장맛비, 피난시절 부산 자식의 탄생을 들려주시곤자식과 돌담길 웃음, 커피향에 못다 한 이야기를 고이 접었다빛바랜 아쉬움만 빗소리 요란한데장마빗,
고산 윤선도「오우가」를벗삼아떠나는 땅끝마을유람선 뱃머리에 다가오는 보길도윤슬을 바라보는 갈매기도금빛날개 펄럭이며 춤추는 다도해보길도 사람들이 반겨주는 두 손이바닷소리처럼 낭랑하고 힘차다고산*의 유배지가 별천지였구나몽돌해변 보름달은 바닷물을 얼싸안고 쏟아질 듯 반짝이는 큰 별 작은 별들나도 몽돌이 되었다가 보름달이 되었다가 흐르는 바람 안고
아침에 눈을 뜨면아내는 할 일 있다며 신바람이다온종일 바깥 세상을 돌다가 오면누울 곳 있어 행복하다며 활짝 웃는다내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땀내나고 빛 바랜 작업복이 멋지다며 웃음으로 반겨준다갈 길을 찾아 멀리 날아간 자식들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며 뿌듯해 하고 하늘 아래 없는 꽃을 본 듯손녀들을 보면 숨이 넘어가는데난 아프기만 하
3호선 남부터미널역, 한 남자가 검은 민소매 셔츠 차림으로 시화(詩 畵) 패널을 들고 승차하였다. ‘생각의 새싹 편지’, ‘참다운 생각은 내게서 나온다.’승객들은 핸드폰에 몰입하려고 노력하거나 일부는 외면하려고 하였지만 낯선 장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돈을 요구하지도 않았으며 침묵으로만 가운데 통로로 한 걸음씩 옮기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