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가쓰라 조는 오랜만에 길에서 기무라 박을 만났다. 할 일 없이 집 안에서 빈둥거리는 게 지겨워 시장 쪽으로 가던 차에 마침 기무라를 만난 것이었다.“어이, 기무라! 오랜만이네. 요즘 뭐 하고 지내나?”사뭇 반가운 듯 상기된 목소리였다. 가쓰라 조나 기무라 박은 해방된 지가 삼 년이나 지났건만, 아직도 창씨개명했던 그대로 일본 이름을
- 함계순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가쓰라 조는 오랜만에 길에서 기무라 박을 만났다. 할 일 없이 집 안에서 빈둥거리는 게 지겨워 시장 쪽으로 가던 차에 마침 기무라를 만난 것이었다.“어이, 기무라! 오랜만이네. 요즘 뭐 하고 지내나?”사뭇 반가운 듯 상기된 목소리였다. 가쓰라 조나 기무라 박은 해방된 지가 삼 년이나 지났건만, 아직도 창씨개명했던 그대로 일본 이름을
일제강점기에 강원도 치악산 상원사 부근에 화전민이 살았다. 1940년 6월 하순, 하전이는 화전민 강희구의 3남매 중 큰딸로 태어났다. 1945년 8월 15일 여섯 살 때, 우리나라는 일본 식민지에서 벗어나는 8·15 해방을 맞이했다. 1950년 6월 25일 열두 살 때, 북한군의 남침으로 시작된 6·25 한국전쟁이 일어났다.1953년 7월 27일 열여섯
텅, 텅, 텅,비나이다, 비우나이다,내, 범종 텅 텅 텅.
태어나 배우는 말 백 년은 쓰고 갈 것을 여닫는 입술 문엔 생명줄이 팽팽하다 목울대울림의 힘줄 내 역사를 만든다오뚝이 생존 시장 진주 같은 소통의 장 사랑의 밭 꽃이 피고 그 속에 향기 품어 대화로 품격의 온도 보여주는 경연장인생 열차 행불행도 입술에서 꿈틀되며 생선뼈발라먹듯참된말골라하면 풍성한
해가 지면 그림자도 발 벗고 돌아가고 눈에 밟히는 엘레지, 휴식 같은 저 별 하나 도린곁 밤을 지키는 가슴으로 들어가 보라부지런히 쿵쾅대는 별빛을 읽어내고 갈쌍갈쌍 숨어 우는 그대를 사랑하기 모든 게 다 사람살이, 그런 밤이 그립다
빼곡히 줄지어 선 축하화분 바라보다 폐지 모아 쌀 오십 포 나눈 이를 떠올린다언제쯤어깨를 겯고 춤출 날이 오려나.
띄운 배 물길 따라 낙동강을 가르면 금호강도 두물머리 헐레벌떡 닿는다 먼옛날들며 나던 보부상 흰옷 자락 웅성댄다나루터 주막집엔 펄펄 끓는 장국밥 나들이객 때맞춰 강바람도 한술 뜨고 닿으면흐르는 물길이다 한데 얼려 가보자
1운동화 속 돌조각 하나 발바닥을 찌른다 신발을 벗고 털어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 작은 돌조각 하나에 온 신경이 곤두선다2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상처를 주고받는다 옹이진 마음 한켠 가시처럼 박힐 때 지적과 용서 사이를 수없이 헤매곤 한다
초롱꽃 촉 올리는 삐삐삐 소리에 산자락이 부풀고 나무들은 너도나도 연초록 옷으로 갈아입는 향기로운 숲속진달래꽃에 살포시 생각을 얹다가 그만 꽃술을 건드리고 말아마음을 숨기는 꼴고득 소리가 낯설다
오가는 발길들에 이런저런 천대 받아 품위 잃은 집안 내력 참아 내는 떨림에도큰바램발밑에 묻어 밀어 올린 꽃대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