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 2025년 12월 1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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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그 집
뒷산이 휘감아 내려오고
햇빛에 굽은 지붕이 드러난다
철대문에 기대면
고양이 오줌 냄새가 먼저 온다
계단 끝, 단발머리 꼬마는
어둠을 기다리는 중
저녁 하늘에
얇게, 긁힌다
마루 밑
죽은 새끼 고양이의 냄새처럼
기억이 들러붙어 있다
식탁 끝에 걸터앉던 눈빛은 어디로 갔나
빈 마루엔 시계 자국이 눌어붙고
시간은, 한 번 씹힌 생각처럼
질척인다
싱크대에선 말라붙은 물이
뚝
뚝
그 집에 살던 말들은
다 어디로 매몰됐을까
화장실 타일 틈
검푸른 곰팡이가 실핏줄처럼 번지고
발톱 밑 때 같은 먼지가 눌어산다
주방 스위치엔
겹겹의 지문이
마른 피부처럼 퍼져 있다
싱크대에 말라붙은 하루살이 한 장
납작한 몸에
구겨진 하루가 비친다
이제 그 집은
지도 앱에 찍힌 좌표 하나
태양도 그늘도
촉각과 후각도
네모 안에 멎어 있다
더 가까이 볼수록
먼지 같은 숨이 먼저 오른다
느리게 붙는
슬픔
그늘은, 거기서도
움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