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문학대상 당선작 발표 2026년 2월 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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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앞,
천년의 비바람을 맞으며
묵묵히 서 있는 너.
화려한 금동불상도,
웅장한 다보탑도 아닌
그저 소박한 돌 등불.
누가 너를 여기에 세웠을까.
어떤 간절한 마음이
돌을 깎아 빛을 담으려 했을까.
아사달과 아사녀의 애달픈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이름 없는 석공의 지극한 불심이었을까.
너는 보았으리라.
화려했던 신라의 영화와
처절했던 전란의 폐허를.
왕과 귀족들의 오만한 발걸음과
민초들의 고단한 기도를.
수많은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
환희와 절망이 네 몸에 스며들어
돌은 세월의 무게로 검게 변했다.
어둠이 내리면,
네 안에 작은 촛불이 켜진다.
그 빛은 세상을 밝히기에는 너무나 미약하지만,
길 잃은 나그네의 발밑을 비추고
지친 영혼에게 따스한 위로를 건넨다.
화려한 조명 아래 모든 것이 드러나는 세상에서
너는 작은 빛의 소중함을 가르쳐준다.
바람이 불면 촛불은 흔들린다.
금방이라도 꺼질 듯 위태롭지만,
너는 온몸으로 바람을 막아 빛을 지킨다.
그것은 마치,
온갖 시련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구도자의 모습과 같다.
오늘도 나는 네 앞에 선다.
화려한 세상의 빛에 눈이 멀어
정작 소중한 것을 보지 못했던 나.
작은 시련에도 쉽게 좌절하고
어둠 속에서 방황했던 나.
너는 말없이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네 안의 작은 촛불로
내 마음의 어둠을 밝혀준다.
천년의 지혜가 속삭인다.
가장 어두울 때,
가장 작은 빛이 가장 밝게 빛난다고.
스스로를 태워 어둠을 밝히는 것이
진정한 삶의 의미라고.
불국사 석등 앞에 서면
나는 비로소 길을 찾는다.
세상을 향한 길이 아니라,
내 안으로 향하는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