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4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 2025년 6월 174호
254
0
4월이 오면 나는 아버지를 따라 논으로 갔다 논바닥은 소의 내장을 펼쳐 놓은 듯했다 아버지는 물둑을 쌓아 못자리 터를 만들고 나는 쇠스랑으로 흙덩이를 내리쳤다 아버지가 물꼬를 트면 시커먼 논물에서 똬리를 튼 뱀들이 스르르 기어 나왔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대가리를 흔들며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기어 나왔다 못자리는 금세 흑갈색 물뱀들로 우글거렸다 아버지를 따라 나는 물뱀들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짓밟힌 뱀들이, 논흙으로 살집을 부풀린 뱀들이, 아가리를 쩌 억 쩌억쩍 벌린 뱀들이, 내 발목을 깨물고 종아리를 휘감고 흙탕물을 튕기며 요동을 쳤다 못자리에서 근육질의 물뱀 냄새가 피어올랐다 맨살에 스치는 물뱀들이 봄의 들판을 일깨우던 4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