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4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 2025년 6월 1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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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를 뽑는다
찬 기운이 널널하게
드러누운 이른 아침에
시든 배춧잎을 뜯어내고
두 손으로 배추를 움켜잡고는
힘을 주어 땅에서 뽑아 올린다
땅은 배추를 놓아주질 않으려고 꾸욱 잡는다
놓질 않는다 한동안을 그렇게
배추도 잠이 덜 깬 얼얼한 표정으로
흙에서 안 떨어지려고 몸부림을 친다
나는 뽑을려고 안간힘을 쏟고
땅은 안 뽑힐려고 안간힘을 쏟고
그러다 그러다 결국은
서로 꼭 잡은 손을 놓치고 만다
뽑힌 것이다
그 순간 그만 그들은 없어지고
내가 멍하니 서 있다
내가 나를 뽑은 것이다
흙이 툭툭 털고 일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