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월 6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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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한 적이 있다
내가 나를 모르는 날이 오면
그래서 불현듯 이별을 하거든
벽보를 붙여줘
별들을 잔뜩 그려 넣고
그것들이 바람에 반짝거리면
눈부셔 눈이 멀어도 좋을 만큼
당신이 지나다니는 길과
만나는 시간 사이사이 빼곡하게
사라진 추억을 묶고 사랑을 묶고
기억도 나지 않는 순수를
그토록 열망했던 정의를
되새김이라도 좋아
어느샌가 아무도 모르게 딱딱해진
심장을 뛰게 해줄
깃발처럼 펄럭이는
전봇대 위 덕지덕지 붙어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
가지런한 숫자들이 하얗게 웃고 있는
등 굽은 할머니의 손이 바쁘게 지나간 자리
무수한 별들이 우수수 쏟아졌는데도
끝내 돌아오지 못한
그가 없는 저녁이 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