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겨울호 2024년 12월 69호
31
0
땀 절은 시간을 훌러덩 벗은
갈바람이
누런 농심(農心) 위에 배를 깔고 눕는다
저
염하강(鹽河江)* 아래
노을이 그렁그렁 고이고
북쪽 하늘에서 추신처럼 내려온 새들이
벼들의 어깨를 낱낱이 걸어주는 풍경
바람 새는 소리 아득한,
봄부터 겨울
겨울에서 봄
열, 스물, 서른, 만(萬)…,
다시
하나가 되어
파다하게 출렁일 때
숨은 말〔語〕들, 일제히 일어나
춤을 추고
온전한 침묵이 나이테를 돌돌 말아
목에 거는 풍경
나도 마중물로 흘러가
함께 흔들린다
*염하강(鹽河-江): 본래는‘김포강화해협’인데, 조붓하게 강처럼 보여서
‘염하강’이라고 부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