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겨울호 2024년 12월 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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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아래 모인 생각들이 흔들린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빛 따라 반짝이는 어둠
희미해진 그림자들이 밝은 쪽으로 밀려난다
낮은 데로 내려 앉으면 비켜 가려나
갈등의 무늬만 펄럭인다
“마음을 빼내면 행복해진다”아파트 담장에 써 있는
톡 쏘는 한마디 말
나의 중심을 흔들었다
그 문장이 머릿속을 맴돈다
하나뿐인 마음 버리면 구멍이 뚫려 바람소리가 날 것 같다
내려놓으려 하면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수많은 물음표
떠돌이가 되어버릴 내 마음, 경계도 없다
움켜쥐고 있을 때보다 버리는 것이 더 무거워지는 손
집착이 되어 꼬리를 만들고 길게 늘이다 끊어진다
흩어진 마음 뭉치고 다듬어서 동그랗게 집을 짓는다
가슴에 꼭 안고 허공으로 뛰어내렸다
버리고 난 후 공허감이 고요하다
나는 깃털이 되어 온종일 땅 위를 날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