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겨울호 2024년 12월 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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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을 피로 물들이던 총성이 멎은 지 오래되었다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호국영령들
그날의 전투화를 신은 모습 그대로
어두운 산하에 누워 눈을 감지 못하고 있으리라
늦가을 차가운 햇살에 흐느끼는 님이여
빈 나뭇가지 사이로 반짝이는 별빛들
소리 없이 숨어 울다 지쳐 잠든 지하방 이곳에서
고향 산천을 부르다 눈을 감지 못하고 잠든 님이여
발굴단 장병들 찬 눈빛으로 님의 넋을 찾으려고
가슴을 움켜쥐고 산하를 파헤치고 있으니,
죽어서도 조국을 지키는 호국영령들이여
애타는 기다림 속에 님들을 찾고 있는 장병들이
부드럽게 붓끝 쓸어내리는 뜨거운 손길
빈약한 뼈 위에 붉은 노을 한없이 떨어진다
지금도 한반도에 누워 조국을 지키는 푸른 넋이여
돌아갈 수 없는 고향길 바라보며
참호 속에 묻혀 울고 있으리라
발굴단 장병들이 잃어버린 님의 이름
되찾을 때까지 낯선 지하일지라도 편히 쉬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