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2월 6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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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꽃잎이 바람벽에 나뒹군다
입추 지나니 병산서원 배롱나무꽃도 무너지는데 선비들의 책 읽는 소리 가지마다 쌓이는데 액자 속 늙은 소나무도 느린 기지개로 실눈을 켜는데 외기러기 높이 솟은 서녘 하늘에 수줍은 무지개 하나 꽃그늘로 날을 벼리는데 이별의 손끝마다 굳은 서리로 피는 마지막 불꽃…
지는 꽃잎에 새기는 발자국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