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2월 6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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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외진 길을 걸었다
작년 요맘때 진빨강과 진보라 나팔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던 자리
어제 내린 비로 후줄근해진 나팔꽃 무리를 보며
그 꽃 무리가 많이 지쳐 보여서 안쓰러웠다
사뭇 요즈음 나를 보는 듯
그 옆에 작은 풀꽃이 나 보란 듯이 짱짱하게 피어 있다
장록이라는 나무가 저렇게도 작을 수 있을까?
그 옆에 또 노란 민들레며 쑥부쟁이꽃이 아주 작게 피어 있다
괭이밥도 보이고 콩꽃도 앙징맞게 피어 있다
큰 나무는 큰 나무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존재 가치를 따질 것도 없이 나름의 몫을 다 하고 있고
풀꽃들이 너무 작아서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그래, 세상에 나와서 모두 크다고만 좋은 것은 아니지
은하수의 별처럼 저리 작아도 꽃 구실을 다 하고 있잖아
가슴이 먹먹하도록 감격하며 봐주는 사람도 있고
작은 것에 홀려 기분 좋으니
오늘은 재수 좋은 날, 뭔가가 잘 풀릴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