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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도화지

한국문인협회 로고 김상호(시흥)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2월 6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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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눈이 내려앉은 대지 위에

고요한 숨결이 머문다

어제의 흔적은 모두 감추고

새하얀 순결함만을 품은 채

 

작은 바람 한 줄기 지나며

눈꽃은 춤을 추고

숲의 나뭇가지엔

겨울의 노래가 고요히 깃든다

 

대지의 품 안에서

온 세상이 새로 태어난 듯

하늘과 땅은 경계를 잃고

무한한 평온 속에 하나가 된다

 

발자국조차 없는 이 고요함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시간의 품 같은 곳

 

흰눈 속에서 마주한 대지는

침묵 속에서 말을 건넨다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으라고

자연의 품에 기대어 쉬어 가라고

 

그리고 다시

새하얀 눈 위에 발자국을 새기며

다시 시작될 이야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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