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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감나무

한국문인협회 로고 권중용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2월 6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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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집 뒤안에

어머니가 감나무 한 그루 심을 때

아버지의 수명은 실바람에도 흔들리고 있었다

 

지금 심어 놓으면 언젠간 붉은 감이

주렁주렁 달릴 거라는 어머니 생각

아버지의 병환도 좋아져서

홍시를 드시는 날이 올 거라고

아버지를 위로하시는 어머니는

스피노자의 명언을 알고 계셨을까

 

지금 심어 언제 따 먹을고

할 일도 많은데 쓸데없는 짓이라고

쯧쯧 혀를 차신 아버지

핏기 없는 얼굴에 근심만 하나 더 올려놓는다

 

쇠잔한 아버지 가슴을 누르고 있는 폐암 말기를

본인만 모르고 괜스레 언짢아하셨다

얼마 남지 않는 운명 앞에 할 수 있는 것은

간절한 눈물의 기도뿐

그래도 어머니는 끝까지 아버지를 놓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감을 열리는 것도 보지 못하시고

장마 그친 그해 어느 여름날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떠나셨다

섧도록 아팠지만 나는 그 길을 따라갈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의 말씀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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