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2월 6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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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기울면
뜨거운 저녁이 쏟아졌다
빠르게 굵어지는 빗방울
아슬아슬하게 피해 가는 사람들
아침으로 돌아가고 있다
깨진 병
찌그러진 깡통
허리띠에 묶여 날지 못한
길이 되려다
골목이 된 발자국 따라
구불구불 담이 끝나는 집 대문을 열면
술 한 잔 않고도
미친듯 꼬리 흔들며 파고드는 강아지
볕처럼 바싹 마른 부서진 낙엽
빛이 되려다
그림자가 된 금이 간 담을 따라
낡은 전단지 앞에 멈춰 선 사람들
언어의 형태로
갈겨쓴 시원한 오줌 줄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은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