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2월 6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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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
우리 집 담벼락에 기대어
눈을 맞으며 우두커니 서 있는
저 푸른 소나무
담장 안에 사는 모습
기웃거리다가
때론 담 너머 징글벨 소리에
솔눈을 휘둥그레 뜨기도
불빛 반짝이는 집 안엔
가족들이 모여 화기애애한데
창밖 매서운 칼바람에
떨고 있는 소나무
함박눈이 하얗게
공단 옷 입혀 토닥인다
심술궂은 바람 지나가며
머리채 휘어잡고 흔들지만
푸른 잎 소나무는
눈을 끌어안은 채
꿋꿋하게 서 있다
가을 나뭇잎들 낙엽 되어
다 떨어져도 단단한 뿌리로
눈을 맞으며 담벼락에 서서
내 영혼을 지켜주는
저 푸른 소나무
아버지의 모습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