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2월 6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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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밥상에 마주 앉아
하루의 소소한 일들을 이야기하던
다정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따뜻하게 집 안을 채웠던 말소리들이
벽 속으로 꼭꼭 숨어버렸나 보다
텅 빈 거실에 혼자 남아 있는 날이면
언젠가 맞이할 머나먼 이별을 생각하게 되고
창밖의 청보랏빛 저녁 하늘이 짙어 갈수록
한 마리 벌레 울음소리도 더 쓸쓸하게 들린다
얼마 전 남편을 하늘로 떠나보내고
외롭고 두려운 밤을 홀로 버티어내는
미망인의 눈동자에 맺힌 이슬이
저만치 어둠 속에 앉아 나를 보고 있는 듯하다
인생이 황혼빛에 물들어 갈 때면
저녁이 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저녁의 발소리가 느릿느릿하게 들려오기를
느닷없이 긴 밤을 맞이하지 않도록
혼자 저녁밥을
오래도록 천천히 먹는다
먼 길 떠날 채비를 하기에, 충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