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2월 672호
33
0
녹슨 괭이를 들어 추사체로 흙을 찍는다
천명을 받들고 살다
등이 굽은 사람들 곁
저무는 산등에 걸린 그 석양을 일군다.
들판을 흔들며 건넌 그 거친 바람에 꺾여
쌓인 빚덩이 같은 그 겹겹의 상처를 열고
한 그루 연둣빛 묘목
그 아픔을 심는다.
갈꽃 무성히 흩어 머리칼을 흔드는 길섶
작은 텃새 몇 덜 여문 씨앗을 물고
소슬한 하늘빛 슬픔의
그 허공을 건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