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2월 6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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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산골마을엔 은서라는 아이가 살고 있었어요.
은서는 강물의 잔잔한 흐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밤하늘에 별을 그림으로 담아내는 재능이 있었지요.
어느 날 그곳을 지나가는 나그네는 마을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스케치하고 목도 축일 겸 가게에 들렀는데, 우연히 가게 벽에 걸린 그림을 보게 되었어요.
그림을 보는 순간 깜짝 놀라며 물었어요.
“아주머니, 저 그림은 누가 그린 그림이지요?”
가게 주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대답했어요.
“아, 이 동네 은서라는 아이가 그린 그림이에요. 그 아이는 참 특별한 재능을 가졌답니다.”
사실 그분은 유명한 화가였어요.
“아이가 그린 그림이라고? 도대체 어떤 아인지 봐야겠군요.”
“예, 진짜 잘 그리지요. 꼭 만나보고 가세요.”
그림을 그린 화가는 은서를 찾아갔어요.
은서는 오늘도 강가에 앉아 작은 물고기를 그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아저씨는 조용히 은서 곁에 앉았어요.
“어이구, 이런 솜씨는 보기 드문 그림이구나!”
아저씨의 말에 은서는 놀라 고개를 들었어요.
“어? 안녕하세요. 누구시죠?”
“난 서울에서 온 화가란다. 너의 그림을 보고 감탄했단다! 생생한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다니, 정말 대단한 그림 솜씨야!”
아저씨의 눈은 은서 그림을 바라봤어요.
은서는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어요.
“그냥 이곳이 좋아서 그리는 거예요.”
아저씨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렇구나,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림에 가득 담겨 있구나! 이런 재능이라면 서울로 와서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 주는 건 어떻겠니? 너처럼 자연을 친구처럼 대화하며 그리는 화가는 큰 무대에서도 빛날 수 있을 거야.”
생각에 잠긴 은서는 고개를 저었어요.
“서울요? 전 이 산골이 좋아요. 새 소리 들리고, 강물도 흐르고 바람도 느끼는 이곳이요. 서울은 너무 멀고 복잡하다고 엄마가 말했어요.”
은서의 재능이 아까운 아저씨는 은서 엄마와 아빠께 말씀을 잘 드렸어요. 이곳에 있기는 아깝고 은서가 지금도 유명 화가 못지않아요.
아저씨의 설득력에
“그렇다면 은서 마음이 제일 중요하니, 우린 은서가 하자는 대로 하겠어요.”
아저씨는 은서의 손을 다정하게 잡고 말했어요.
“물론 이곳은 참 아름답지, 그런데 너의 그림을 통해 많은 사람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단다. 강물도 흘러야 바다를 만나는 것처럼, 너의 재능도 멀리 흐르게 해야 하지 않겠니?”
은서는 생각에 잠겼어요.
이곳을 떠난다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또 화가 아저씨의 말처럼 넓은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도 가지고는 있었는데 막상 떠나려고 하니 생각이 깊어졌어요.
“나는 며칠 이곳 근처 다니며 스케치할 테니까 잘 생각해 주렴!”
아저씨가 떠나고 은서도 부모님도 깊이 생각했어요.
며칠 후 화가 아저씨는 은서네 집으로 왔어요.
“은서야, 부모님과 함께 결정했니?”
“예.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을까요?”
“그럼, 너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단다.”
“아저씨, 정말 서울에 가면 내 그림을 봐줄까요?”
은서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화가 아저씨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렇고말고! 서울엔 네 재능을 알아봐 줄 사람도 많고, 새로운 경험들이 널 기다리고 있을 거야.”
은서는 혼자 중얼거렸어요.
“강물아, 나도 너처럼 흘러서 더 큰 곳을 만나러 가볼게.”
서울은 많은 사람과 자동차, 빌딩 숲, 깜짝 놀라며 마음 다독였어요.
“여긴 마치 강물이 빠르게 흐르는 곳 같아, 하지만 난 천천히 내 길을 가야지.”
시간이 지나며 차츰 서울 생활에 적응했고 화가 아저씨가 도와주어 작은 전시회가 열렸어요. 떨리는 마음으로 내 그림 앞에 서 있었지요. 그런데 사람들이 하나둘씩 다가와 그림을 살펴보며 감탄하기 시작했어요.
사실 아저씨의 보이지 않는 수고로움과 지인 화가들이 왔겠지요. 초대장도 모두 아저씨의 도움을 받았어요.
“와, 이 그림 속에선 마치 강물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맞아요.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산골에 있는 기분이에요.”
‘내 그림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할 수 있다니 이게 바로 아저씨가 말했던 거구나.’
은서는 눈물이 핑 돌았어요.
고마운 아저씨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나의 꿈이 멈추지 않을 것을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