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3월 6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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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부침개 하다 프라이팬을 놓쳐 와장창한 것이 반항의 깃발로
보였나 봐
어처구니없이 달려든 순간의 회오리
싱크대가 들썩거리고 프라이팬이 고개를 처박고 접시가 버둥거
렸지
힘이 빠져서요
겨우 친 방어막은 마침표까지 휘잡아 하수구에 버려졌어
부침개 먹고 싶다는 말에 탈골된 어깨는 분별없이 노릇하게 부칠
생각만 했으니
엄지만 볼모가 된 거야
고초 당초 맵다 해도, 맵다 해도
서글픈 후렴에 시뻘건 꽃잎도 울음도 이유도 압화 되고
덜 익은 부침개처럼 너덜거리는 인대가 자결의 문 흔든 건 마지막
발악이었어
베텔게우스*의 이야기가 오고 가는 요즘, 칠거지악 중 하나가 유
물처럼 나오면 특종인가
헉하던 입은 닫아야 하는지 열어야 하는지 두리번거리더라
다져진 고집 퍼내기란 눈물방울 매다는 것
기막힌 위로나 부드러운 사과는 실수로 묻어질 거고
다시는 구부릴 수 없는 엄지는 미움인지 포기인지 이해인지
주르륵 하루가 지나면 별 수 없이 또 김치부침개를 부치겠지
*베텔게우스: 오리온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