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3월 6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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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낙타는 열두 달을 꼬박 모래바람으로 연명하면서도 이따금 쌍봉 열고 꺼이꺼이 운다는데, 그렇게 쏟아낸 울음 냄새로 타오르는 갈증을 한소끔씩 식혀준다는데,
여기는 쌍봉 없는 낙타들이 말라붙은 혓바닥으로 심호흡하는, 도심 속 비탈길.
아니, 그 많던 조향사들 어디 갔는가? 온몸에서 진동하는 갈급을 남김없이 모아서 쌍봉의 울음 냄새와 똑 닮은 향수로 만들어 준다면
폐허 같은 돌계단이 다리 쭉 뻗어 평지가 되련만, 텃밭 시든 상추 솎아낸 자리에서 새잎 돋아나련만,
살얼음 낀 시멘트 바닥처럼 맨질맨질한 등을, 애시당초 울음보 없이 태어난 형상을 견디어 내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