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3월 6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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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 벌 떼 몰려든다
방금 전 친구였던 나비 사라진다
지우개가 닳을 때까지
친구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들이 지워진다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다
친구들이 사라지는 걸 용서할 수 없다
이러한 폭력을 사랑하지 않는다
서로를 생략하고 압축되는 눈빛 별빛
위장한 침묵 지워지는 교실
혼자서 밥을 먹는다
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몹쓸 허기
벌 떼가 완성한 로열제리는 달콤하다
벌 떼는 아이들의 뒤통수를 쏘아댄다
모퉁이에 앉은 저 아이 벌침과는 무관하다
“왜 안 쏘지? ”아이들이 수군거리며 웃는다
벌침을 맞은 아이들은 행복하다
우리는 무엇인가?
선생님은 칠판에 무언가를 쓴다
선생님은 글자를 매일 지운다
선생님은 무엇인가?
표정 없는 먼지가 태어난다
날개가 없어도 날아가는 먼지는 아름답다
가벼운 삶 속으로 접지하는 먼지
교실은 질서 있게 오와 열을 맞춘다
출입문 틈으로 나비 되어 탈출하는 먼지
지금부터 교실은 텅 비어 있다
나는 이곳을 채울 수 있다
나는 무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