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3월 6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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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멎어설 데는 없다
곤고한 몸 눕힐 한 뼘의 땅도 없다
익명 사회의 광장에서도,
시비 없고 인걸 없는 철 지난 해변에서도,
인정 도타울 고향에서마저도….
뿌리 내릴 수 없는 부평초의 숙명인가?
막다른 골목 안에 이는 회오리바람처럼
어제도 실성한 듯 저절로 돌았고
막차 끊어진 역사에 홀로 남은 이 밤도,
오늘같이 익숙한 내일도, 모레도,
또 혼자서 돌고 돌아야 한다.
세상에 다소곳이 안기지 못해
거친 들판을 서성이는 기의 응어리
어디서든 머물 곳 없는 나는,
그는 명왕성의 지표를 떠도는 바람이다
이젠 잡아도 자신이 거하고 싶잖은 바람
겨울 눈꽃이 피면 가을 바람은 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