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3월 6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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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들을 잃은 거지가 만조백관들 앞에 앉아 있는 왕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친다. 그러나 왕이 자기 몸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심히 답답해할 뿐이다. 이런 가위눌림의 상태로 거지의 말을 듣는다.
“너 상명지통을 아는가? 아들을 잃은 슬픔을 아는가 말이다! 그런데 뭐 뭐 다 죽여라! 한 하늘 아래에 두 왕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그런즉, 다 죽이겠다! 아, 그 천무이일 한번 좋아하시네 그려!”
왕이 가위눌림의 상태로 중얼거린다.
“아 아니, 이 이 거지가, 아직 극비밀에 속한 내 계획을, 정말 오늘 내일 사이에 실행하고자 하는 나의 극비밀 악행까지를, 그 어떻게 알고서? 아, 이게 내 뺨을 후려치는 거야? 정말 나 외엔 아직 그 누구 하나도 모를 일을 가지고서. 그럼 이 거지가 건건사사, 사사건건, 내 계획을 다 알고 있다는 거야? 이 이 근시안적인 거지가? 아, 그렇다면 좀 더 빨리 빨리, 좀 더 급하게 서둘러야만 되겠구나.”
그러나 이번에는 피로 얼룩진 옷을 입은 어린아이가 왕 앞에 부복하고 있는 신하들을 향하여 소리친다.
“아이고 아이고 저 등신들 정말 이 왕궁에는 하늘 같은 백성들을 위하여, 잘못된 왕으로부터 배신자! 배신자! 배신자라는 말을 들을 만한 진짜 신하, 진짜 만고충신이 단 한 명도 없다니! 아, 참으로 슬픈 나라도 다! 아, 정말 나라 꼴 한번 참 처참하도다! 이런 때 천하보다 귀한 백성들, 그 한 분 한 분을 위하여, 왕으로부터 배신자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충신 하나쯤은 있을 법한데, 불행하게도 그런 충신이 단 한 명도 없다니, 아, 참으로 처참한 형국이로다! 그저 천무이일! 한 하늘에 해가 둘이 있을 수 없다는 말. 불사이군! 한 사람이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는 말. 그저 이런저런 말밖에 없는 왕궁이라니, 아, 나라 꼴 한번 한심하도다! 좌우간, 금명간, 이놈의 나라가 그 어떻게 될까? 여봐라! 왕도, 나라도, 진짜 만인지상 진짜 만조백관 진짜 만정제신 진짜 만승지군 진짜 만고충신 진짜 고관대작 진짜 주석지신 진짜 금옥만당 진짜 출장입장 등등의 인물들로 둘러싸여 있어야만 비로소 잘될 수 있다 하리라. 그런데 행여 고난의 죽임을 당할까 봐, 저마다 몸을 잔뜩 사리고 있을 뿐, 아예 진짜 사지오동에 해당되는 신하가 단 한 명도 없다니, 아 정말! 진짜 신하라면, 당연지사, 백성들을 위하여, 왕의 엉터리 없는 정책 및 왕의 엉터리 없는 언행심사에 반기를 들고, 왕으로부터 진짜 배신자라는 말을 들을 수 있어야만 되는데, 아 그런 자가 없다니, 참으로 죽을 맛이로다! 아, 왕이 망사지죄 곧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죄며, 천필영지 곧 하늘이 몹쓸 사람을 미워하여 반드시 벌할 수밖에 없는 대죄를 저질러도, 숫제 천은만극만 앞세울 가짜 신하들밖에 없으니, 아 금명간 상명지통에 대성통곡할 일밖에 없겠도다! 여봐라! 선악간 선의의 경쟁 및 선의의 죽음보다 더 큰 도도 더 큰 진리도 더 큰 능력도 더 큰 스승도 더 큰 충신도 더 큰 권세도 없다 하리라. 그런데 선악간 선의의 죽음이 두려운 네놈들 때문에, 백성들이, 척수고진 곧 도움을 받을 데가 없는 군대처럼, 그런 그 죽음의 탄환지지에 처한 자들이 되고 말겠도다. 그런즉 저 하나밖에 모르는 왕의 배신자들이 되어 볼지어다! 아무쪼록! 이미 애총 그 망종길로 접어든 어린 사내아이들을 살리기 위하여! 네가! 네가! 왕을 죽일지어다! 네놈들 역시! 볼때기를 얻어맞기 전에!”
꿈에서 깨어난 왕이 자신도 모르게 자기 볼때기를 어루만져 본다.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아, 그러나 저러나 내가 왜 요즘 들어 이런 흉몽으로 시달리고 있는 거야? 내 요즘 들어 아무래도 금단현상, 금단증상, 그런저런 노이로제, 그런저런 히스테리 신경쇠약 상태에 빠져 있는 탓이겠지?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시종 천무이일 사상에 의하여 다 죽여야만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밤낮 마음 편할 날이 없으매.”
그런데 정작 요즘 왕의 정신 상태와 심령 상태는 그 어떠했던가? 역시 혀로는 속임을 일삼으며, 입술에는 독사의 독이 있고, 입에는 저주와 악독이 가득하고, 발은 피 흘리는데 빠르며, 심지어 눈앞의 하나님마저 두려워할 줄 모르는 비인간적인 왕의 심령 그 목구멍에서는 마치 열린 무덤에서 송장 썩는 냄새가 물씬물씬 풍겨오름과 같았다.
“득롱망촉이라. 역시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다 했던가? 그게 바로 나란 말인가? 그러나 저러나 아무 제재도 받지 않고 그냥 통과할 수 있는 이 무사통과의 권세를 가지고 있는 나에게 또 다른 왕이라니? 좌우간 무사안일 곧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편안하게 앉아 있다가는 결국 큰 코 다칠 수가 있다고. 그런즉 그 자를 찾아내어 반드시 죽여야만 된다고. 무불간섭 곧 무슨 일이고 간에 간섭하지 않을 게 없는 왕으로서 말이야. 그런데, 그런데, 무엇이든지 환히 통하여 모르는 것이 없는 무불통지가 내겐 없으니? 그리하여 무고지민 곧 하소연하여 구원받을 데가 없는 어린 사내아이들을 다 죽일 수밖엔 없다니. 아, 이 무소불위의 왕이란 자가, 요즘 밤마다 적에게 포위되어 공격의 대상이 된 채 매우 좁고 협착한 그 어느 지역, 바로 그런 탄환지지에 갇혀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는 꼴이라니! 아, 진짜 이 무소불능의 왕이란 자가, 앞뒤를 재고 망설이는 좌우고면과, 이리저리 생각하여 곰곰이 헤아려 보는 좌사우고와, 그런저런 상태로 마냥 불안해하며, 그 어느 한순간도 그 어느 한 곳에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다니! 그래저래 이 좌불안석에 전전긍긍하고 있다니! 정작 왕에겐 자고이래로 모든 일에 있어서 그저 말썽 없이 무사통과할 수 있는 일이란 게 없었더란 말인가? 하긴 이 세상에는 불로불사 불로불소 불로장생 아무 탈 없이 그저 무사태평하게 살 수 있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겠지? 온갖 근심걱정과 갖은 시름 등등, 그런저런 만단수심과 만단애걸밖에 없다 싶은 이 세상에서 각설하고 좌우간 무소불위의 왕이라 해도 역시 사랑하는 아들을 잃는 슬픔. 그런 상명지통만은 어찌할 수가 없었는데. 그저 무릉도원에서 무사태평 및 무병장수하기만을 바랐던 자식의 죽음으로 내 눈에서 피눈물이 쏟아졌었는데. 그리하여 훼척골립! 정말 너무 슬퍼하여 몸이 바싹 말라 뼈만 앙상하게 걸려 있었던 때도 있었는데? 아, 그러했던 내가, 이젠 내 백성의 그 어린 사내아이들을 다 죽여야만 된다? 아, 이이 이놈의 왕이란 게 뭘까? 사람 죽이는 백정? 아, 그러나 저러나 그 한 사람 때문에 다 죽여야만 된다니! 그리하여 내 백성들에게 상명지통의 그 큰 슬픔과 그 큰 통곡을 안겨 주어야만 된다? 아, 정말 정말! 하소연하여 구원받을 데가 없게 된 어린 사내아이들. 의지할 데가 없게 된 어린 사내들. 더 이상 손 쓸 방도가 없게 된 아이들. 모든 것이 끝장난 아이들. 이젠 정말 무슨 수를 쓴다 해도 도무지 가망이 없게 된 사내아이들. 내가 바로 그런 만사휴의 왕 노릇을 할 수밖에 없다니? 내가 바로 그런 왕 마귀라니! 아, 아무리 그래도 온 우주 사이에 왕은 단 하나 나밖에 없어야 된다고! 고로 그 한 사람 때문에, 내 이렇게밖엔 할 수 없다고. 두 살부터 그 아래에 속한 사내아이들을 다 다 다 죽여야만 된다고. 천라지망 곧 하늘과 땅에 그 누구도 피할 수 없을 그런 죽음의 그물을 칠 수밖엔 없다고. 그리하여 더할 나위 없이 마음씨 좋은 무등호인의 어린 자식이라도 다 죽이는 수밖엔 없다고. 아, 그런데 이게 바로 자기만의 욕심에 사로잡혀 있는 이 천무이일의 흉악한 일기지욕이란 말인가? 아, 이게 바로 제 몸 하나만을 이롭게 하려는 이 천무이일의 추악한 욕심 비기지욕이란 말인가? 아무리 그래도, 그 누가 뭐라해도, 역시 어명은 내게만 있어야 되고 그 누가 뭐라해도 임금이 거둥하는 거둥길 어로는 내게만 있어야 되며, 그 누가 뭐래도 왕의 옷 어의는 나만 입어야 되며, 그 누가 뭐래도 왕의 음식상 어상은 내게만 차려져야 되며, 그 누가 뭐래도 왕에게 올리는 술 어온은 나만 마셔야 되며, 그 누가 뭐래도 어새 국새 보새 옥새 어인은 오직 내 손에만 있어야 되며, 그 누가 뭐래도 내 손 외에 그 누구에게도 왕의 손 어수 옥수는 있을 수 없으며, 그 누가 뭐래도 왕관은 내 머리에만 있어야 되며, 그 누가 뭐래도 내 손바닥에다가만 왕자를 새길 수 있어야 된다고. 한마디로 말해서 이 세상만사가 다 내 손에 달려 있어야만 된다고. 우리 인간들의 생사화복과 흥망성쇠까지도 다 다 다! 고로 나 외에 왕은 그 어느 놈이 되었든간에 다 능지처참과 천참만륙을 당할 수밖에! 하여간 왕은 때때로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악마가 되어야만 하며, 왕은 왕왕 악명 높은 살인마가 되어야만 한다고. 애인휼민이고 뭐고 간에! 좌우간 길이 여러 갈래로 막힘없이 뚫려 있는 그 사통오달과 사통팔달의 퇴로를 다 차단하고, 내 그 자를 반드시 색출하여 죽여주겠다고.”
과연 사람이 사람을 죽이도록 만드는 게 그 뭘까? 역시 공수래공수거를 잊어버린 채, 온갖 욕심 곧 일기지욕 비기지욕 무염지욕 및 성취욕 명예욕 출세욕 권세욕 권좌욕 등등이라 했던가. 그런데 왜 그 무슨 계획 그 무슨 목적하에 몇몇 신하들을 불러 모은 뒤, 일명 앞뒤 사정이나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덮어놓고, 불문곡직하고, 으레 다짜고짜로 멱살부터 잡고 본다는 그런 성격의 소유자로 익히 알려진 장군에게, 느닷없이 2계급 특진을 시켜주며, 왕이 손수 2계급 특진 곧 삼성장군의 계급장까지 달아주는 것일까? 뜻밖에 2계급 특진을 하게 된 삼성장군이 왕에게 신고식 경례를 붙인다.
“저의 영원한 천무이일이시여! 제 뼈가 가루가 되고 제 몸이 분토가 된다 해도, 이 큰 은혜에 분골보효! 제 한 목숨 다 바쳐 충성에 충성을 다하겠나이다! 이에 신고합니다! 분골쇄신!”
“아, 좋아요! 빠른 시일 내에 사성장군까지 될 수 있기를!”
모든 신하들이 박수를 친다.
왕이 다음날, 점점 더 불안해지는 심기를 달랠 겸 어온 곧 술을 몇 잔 마신 뒤, 다시금 몇몇 신하들을 불러 모은다. 왕이 마침내 자신의 흉악한 본성 그 참악을 드러내 보이기 시작한다.
“과연 여러분의 생각에는 어떠한가? 이 건재한 왕! 이 힘있고 능력 있는 왕! 이 무소불능의 왕! 이 능소능대한 왕! 이 천은망극한 왕! 이 애인휼민의 왕! 이 천무이일 외에 또 다른 왕이 있기를 바라는가?”
총리 이하 모든 신하가 신하의 최고 예와 최고 도리를 다하겠다는 듯 부복하며 최고의 협화음을 내기 시작한다. 저마다 최선을 다한다.
“오오 우리들의 영원한 천무이일이시여! 그게 도대체 무슨 말씀이옵나이까! 또 다른 왕이라니요! 우리 불사이군들에게 있어선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요 천만불가 만만불가한 말씀이옵나이다! 예예!”
모두 한번 더 굽실굽실한다.
“그럼 내 말하겠노라. 지금으로부터 약 1년 반쯤에, 저 동방박사들이 찾아와 말하기를, 새로 태어나실 왕께 경배드리려 밤새 별을 따라 왔다고 했는데, 바로 그때부터 지금껏 내 꿈자리가 사나워 더는 못 견디겠는데, 내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는가? 바로 그 한 사람을 죽이려면, 폐일언하고 지난 1년 반쯤으로 되돌아가, 그때를 기준으로 하여, 현재 두 살부터 그 아래에 속한 어린 사내아이들을 다 죽이는 수밖에 없겠는데? 고로 이 일을 위해, 오늘, 짐이, 비상 계엄령을 선포하고자 하는데, 과연 여러분의 생각엔 어떠한지? 이에 만에 하나 거리낌 없이, 보다 더 당당하게 반대할 자가 있다면, 한번 그 자리에서 일어나 말해 볼지어다.”
일이 이쯤 전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자리에서 감히 토를 달며 반대 및 불협화음이나 불협화음정을 낼 사람이 그 어디에 있겠느냐는 몰골들로 신하 모두가 서로 서로 눈치만 보면서 마치 겁먹은 짐승 따위가 꼬리를 다리 사이에 끼고 굴 속으로 기어들 듯 저마다 몸을 사리며 너나없이 다시 한번 더 굽실굽실할 뿐이다. 이러한 중에 한 사람이 이번 기회에 최고 충신이 되어 보겠다는 욕심하에 웃으면서 대답한다.
“예예 저의 영원한 천무이일이시여! 저와 더불어 감히, 감히 반대할 신하가 어디에 있겠나이까! 예예 이 불사이군 중의 불사이군! 예예 이 충신 중의 충신! 쌍수를 들고 따르겠나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들의 영원한 천무이일의 뜻대로, 동방박사들이 밝혀준 바, 바로 그때를 기준으로, 현재 나이 두 살부터 그 아래에 속한 사내아이들을 다 죽이는 게 좋겠나이다! 단 한 생명도 빠짐없이! 단 한 명도 남김없이! 다 다! 예예!”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이 사람에게는 불행 중 다행이도 두 살배기 손자가 없었다. 그러나 그간 충신 중의 충신으로 일컬음 받아왔던 몇몇 신하들이 내심 어찌할 줄을 모른다. 눈앞에서 사랑스런 두 살배기 손자들이 오락가락한다. 속으로 중얼거린다.
“그러고 보니까 바로 그때 그 동방박사들이 그 그 한눈을 판게 큰 화근이였었구먼! 다시 말해서 별을 따라 곧장 가지 않고 도중에 잠시 한눈을 판 그 동방박사들이 진짜 큰 문제였었다고! 더구나 왕을 만나다니! 왕을 함부로 만나는 게 아닌데 말야. 더더구나 천무이일밖에 모르는 우리 왕을 만났다니. 일이 결국 이 지경이 될 수밖에! 그러나 저러나 내 새끼를 어찌할꼬? 내 내 새끼를!”
그러나 일이 이쯤 전개되었으면, 여하간 그 누구 하나라도 반기를 드는 게 정상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줄곧 모든 신하의 반응은 어떠한가? 권한 남용, 직권 남용, 비상식적인 계엄령 선포, 반민주적 조치, 반국가적 수단, 비인간적 비인도적 만행, 그야말로, 비상 계엄령 선포야말로, 권력의 종말을 선언하는 짓이요, 지가 지 발등을 찍는 짓이요, 지가 지 무덤을 파는 짓이라. 따라서 즉시 하야하라! 이 미치광이 왕을 끌어내리자! 더 이상 내란죄에 동참할 수 없다! 라고 소리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충신이 있어야만 되지 않겠는가? 특히 비상 계엄령을 건의한 국방부 장관부터 해임 등 책임을 물어야만 되지 않겠는가? 그러면서 내각 총사퇴에 앞장서야만 되지 않겠는가? 다시 말해서 국민의 생명과 안녕과 보다 더 복된 삶을 위해 목숨을 걸고 왕의 잘못된 정책 및 언행심사에 앞장서서 반기를 들면서 왕으로부터 반역자! 배신자! 라는 말을 들을 수 있어야만 되지 않겠는가? 다시 말해서 왕을 내란죄 현행범으로 체포 구금하자! 라고 고래고래 소리침으로써 말이다. 그러나 완전 정신병자, 완전 미치광이가 비인간적인 비상 계엄령을 운운하는데에도 그 누구 하나 찍소리를 못한다? 시종 왕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몰골들로 눈만 끄먹끄먹하면서 그야말로 망하거나 결딴날 망징패조에도 여하간 왕과 함께 하겠다며, 다시 말해서 왕이 배신자로 찍은 그 진짜 만고충신을 향해, 왕과 함께 배신자라는 말을 그럴듯하게 하면서, 버젓이, 터놓고, 백성들의 배신자! 노릇을 하게 될 그런 그 망종들이, 이른바 백성들 편에서 볼 때 진짜진짜 백해무익한 소인배들이, 바로바로 그런 간신적자들이 너나없이 잘 조화된 화음과 듣기 좋은 협화음 곧 그런저런 최고 어울림음 등등 최악의 불치인류 노릇들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백해무익한 정치꾼들이 기염만장 경쟁적으로 아부하면서 동고동락하고 있는 곳이 바로 이곳 왕궁이 아닐까 싶었다.
이날 밤 헤롯 왕이 꿈속에서 온갖 천태만상의 언행심사로 몹시 시달리고 있었다. 꿈속에서 천사들과 사람들과 마귀들이 오락가락한다. 먼저 얼마 전에 처형을 당한 바 있었던 신하가 나타난다.
“너 이 악마새끼야! 너 너 천벌을 받을 이 살인마야! 뭐 천하 만민의 절대구세주로 오신 그 그 만왕의 왕까지 죽이겠다고! 에이 미친놈아!”
“저 저 저 쳐죽일!”
이번에는 동방 박사들이 나타난다. 헤롯 왕이 구밀복검의 프로선수답게 입으로는 너무도 달콤한 말을 하면서 속으로는 칼을 차고 그저 해칠 생각밖에 없었던 제 본성을 다시금 유감없이 드러내 보이면서 심히 노하여 소리친다.
“아이고 아이고, 저 저것들을! 감히 이 천무이일을 속여! 딴 길로 가? 그 그 불궤지심? 그 모반? 어디 한번 두고 보라고! 내가 그 왕을 반드시 찾아내어 반드시 죽여놓고 말테니까! 폐일언하고 분골쇄신! 죄다 있는 힘을 다하여 살인마들이 되어 줄 내 군사들의 용맹을 한번 두고 보라고! 그야말로 수설불통! 물 샐 틈 없이! 그리하여 그 누구에게도 구사일생! 십생구생! 백사일생! 그런 게 추호도 없을 테니까! 내 추상같은 어명에 의해!”
뒤이어 천사가 등장한다.
“온 천하 만민의 생사화복과 흥망성쇠를 홀로 주장하시는 천부께서 말씀하시되 내가 온 천하 만민의 절대구세주로 나신 유대인의 왕을 지극히 높여 만왕의 왕으로 삼고 그의 이름을 온 천하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나게 하사 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에 있는 자들과 땅 아래에 있는 자들로 그 앞에 모든 무릎을 꿇게 하며 모든 입으로 그를 주라 시인하게 하리라.”
이에 수많은 천군천사가 큰 소리로 아멘! 한다. 그러나 헤롯의 반응은 어떠한가?
“허얼 허얼 참! 아니 이 천무이일에게 무릎을 꿇으라? 감히? 우와! 와아! 진짜 어처구니가 없구먼! 이 어천만사에 막힘이 없는 내게?”
천사가 더 큰 소리로 말한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천군 천사들이 아멘 아멘! 한다. 그러나 헤롯 왕이 흉한 귀신의 몰골로 웃으면서 말한다.
“허얼 참! 아니 이럴 때 평화라니? 진짜 너 죽고 나 죽고 할 이짜 판국에! 한마디로 말해서 내 반드시 죽여야만 될 그 왕과 평화? 허얼 참!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를! 차라리 나더러 죽으라고 하시지! 이 천무이일 보고! 이 천무이일 보고!”
이에 엄마들이 숫제 머리를 들이박듯 하며 더 큰 소리로 악을 쓴다.
“글쎄, 평화! 평화! 가정의 평화! 인류의 평화! 나라의 평화! 세계의 평화!”
이쯤에서 악마들이 등장한다.
“헤롯 저것 진짜 악마 중의 악마구먼. 자고이래로 저 혼자서만 왕노릇하겠다는 자가 왕 마귀라고! 그리고 우리 진짜 진짜 마귀들도 못 죽이는! 그 그 유대인의 왕을! 그 그 임마누엘 하나님을! 그 어떻게 죽일 수 있다는 거야? 한낱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 헤롯 네가? 정말 그렇게만 해준다면, 우리 마귀들이 더 더 더 좋아하며, 무한년 너울너울 춤을 추게 될 판인데. 암 암!”
그러나 헤롯 왕이 저주를 꿀꺽꿀꺽 삼키듯 하면서 소리친다.
“아아 아무리 그렇다 해도 나는 죽일 수 있다고! 이 헤롯이 반드시 죽여 놓고 말겠으니, 한번 두고 보라고. 일심전력! 온 마음과 온 힘을 다하여 일망타진! 이 헤롯의 일세지웅의 군사들이, 일심만능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일언지하 반드시 그 자를 찾아내어, 그 즉시 일도양단 단칼에 두 동강이 내어 죽여 놓고 말테니까. 한번 두고 보라고! 그 그 임마누엘이고 뭐고 간에!”
“허허 참! 허허 참! 헤롯 저게 교만하기 짝이 없구먼. 나는 사람이 아니요 나는 신이라! 라고 말했던 옛 두로 왕의 그 교만함을 보고 있는 것만 같구먼. 하지만 교만하여 하나님의 자리에까지 오르고자 할 때 바벨탑이 무너지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된다고 했던가. 그래서 그 누구든 하나님의 자리에 올라 하나님인 체하는 때가 가장 위험천만한 때라고 했던 거라. 우리 마귀들이 익히 알고 있는 이상 말이니라.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우리 한번 끝까지 해보자고! 당연지사 우리 마귀들이 일당백 너와 일심동체가 되어, 너와 함께 일동일정은 물론, 끝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줄 테니까.”
“아 좋아요 좋아요! 우리 마귀들이 함께해 주겠다니, 아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아무쪼록 우리들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오직 한 길로 곧장 일로매진해 보십시다!”
헤롯 왕이 꿈속에서 깨어난다.
다음날 정치군인 곧 요 며칠 전에 갑자기 두 계급 특진을 시켜준 바 있는 바로 그 삼성장군을 부른다. 왕이 곧장 명을 내린다.
“그대가 이번 기회에, 짐이 선포한 비상계엄포고령을 통해, 한 번쯤 큰 일을 해줄 수 있으리라 믿는데, 과연 그대 일기당천의 각오 및 그대 일념통천의 마음갖음은 어떠한가? 응당! 군인답게! 인간 백정 노릇을 해줄 수 있으리라 내 내 굳게 믿겠으며, 나아가 이 일로 금명간 사성장군! 사성장군까지 될 수 있으리라 굳게 굳게 믿겠노라!”
“아이고 아이고 예예! 저 당연지사 군인답게, 왕의 명을 받들어 그 그 인간 백정 노릇뿐만 아니라요, 아예 인류 말살 노릇까지라도 해드리겠나이다!”
“그래그래. 그럼 이번 인간 백정 노릇을 하되, 쉬엄쉬엄이나, 노세노세 하는 식으로 하지 말고, 시종 부랴부랴 서둘러서 이번 거사를 잘 마무리하도록 할지어다. 만에 하나 노세노세 하는 식으로 하다보면, 역시 가는 길이 돌연 죽음의 세계에서 끊기기 마련일 테니까 말이니라. 전날 동방박사들이 곧장 별을 따라가지 아니하고, 도중에 잠시 한눈을 판 결과, 오늘날 이 큰 죽음의 세계를 만들어 놓은 것처럼 말이니라. 따라서 내 다시 말하노니, 이번 일을 마무리하되, 참으로 단칼에, 단번에, 단숨에, 단 한순간에 해치우듯, 그러니까 이유불문하고 부랴부랴 서둘러, 그야말로 순식간에, 단시일 내에, 벼락치듯 마무리하는 게 좋을 것이니라. 그 어떠한 경우에도 한눈을 팔지 말고서. 그 어떠한 경우에도 한눈을 팔지 말고서. 바로 그때부터 온갖 잡음이 터져 나오게 되어 있으니까.”
“아 예예! 명심 또 명심하겠나이다! 시종 부랴부랴 서둘러, 골골 샅샅이 뒤져가면서, 닥치는 대로,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다 다 해치우겠나이다! 절대로 동방박사들처럼 잠시나마 한눈 팔지 않고서 말씀이옵니다! 그런데 단 하나 신하들의 손자들은 그 정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 그야 물론, 내 신하들의 손자들만은 봐주기로 했지만, 그러나 만에 하나 그들 중에 그 유대인의 왕으로 온 자가 있을 수도 있는 일, 그런즉 그대가 눈치껏! 내 말 뜻 알겠는가?”
“아 예예! 알겠나이다! 그럼 왕께서, 며칠 전 갑자기 두 계급 특진을 시켜준 이 삼성장군이, 그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왕명에 따라, 그 어떤 자의 손자이건간에, 다 다 다 해치우겠나이다! 정말 단 시일 내에! 결단코 한눈 팔지 않고! 시종일관 제 목숨을 걸고! 끝까지 제 생명을 돌아보지 않고! 예예! 제게 맡겨주신 이 큰 대 살인극을! 예예! 자못 기쁜 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행복한 마음으로! 수행 완수하겠나이다! 믿어 주십시오!”
갑자기 별 두 개를 더 달게 된 삼성장군이 이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법, 응당 그 보은의 진리를 유감없이 보여주겠다는 얼굴로 왕궁을 빠져나온다. 자기 자신을 세상 그 누구보다도 더 큰 인물 곧 이 시대에 감히 견줄 만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일세지웅으로 여기면서, 이제야말로 지극히 높은 자리에 우뚝 서게 됐다는 실로 감사천만 감사만만 감사무지한 얼굴로 수많은 장병들 앞에 선다. 곧이어 너무도 떳떳한 모습 및 너무도 당당한 목소리로 연설문을 보다 더 유창하게 읽어 내려가기 시작한다. 마치 포함 곧 무당이 귀신의 말을 받아서 호령하듯이 말이다.
“나는, 우리 천무이일 곧 우리 헤롯 대왕님으로부터 특명을 받은 삼성장군으로서, 지금 이 시간, 우리들의 천무이일! 헤롯 대왕님의 언행심사를 대언하고자 하노라. 첫째, 오늘 우리가 이곳 연병장에 이처럼 집합하되, 갑자기, 그것도 아주 극비밀리에 집합을 하게 된 동기 및 목적을 밝혀 주겠노라. 지금으로부터 약 1년 반쯤 전에, 별을 따라 온 그 동방 박사들로 말미암아 밝히 알게 된 바, 그 유대인의 왕이, 바로 우리 유대 땅 베들레헴에서 태어났다는 거라. 따라서 바로 그 베들레헴과 그 모든 지경 안에 있는 사내아이들, 곧 두 살부터 그 아래에 속한 사내아이들을, 남김없이 빠짐없이 색출하여 모조리 다 죽이라는 어명이니라. 고로 이 같은 어명을 받들어, 다 죽여라! 왕명이니라. 손에 칼을 든 자들이여! 사면에 진을 쳐서 피하는 자가 없게 하라. 사막의 사나운 들짐승이 되고 승냥이가 되어 너희 발이 닫는 곳곳마다에서 단 한 명도 살아남는 사내아이가 없게 하라. 그처럼 잔인무도하여 불쌍히 여기는 일이 없도록 하라. 베들레헴 지경의 모든 사람들이 흉용한 소문을 듣고 이내 손이 약하여지며 오금이 저리며 두 발이 부들부들 떨리며 그리하여 감히 도망가지 못하도록 하라. 그리하여 사자가 깊은 숲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그들의 목숨을 끊어놓듯 하라. 그리하여 그곳 사내아이들로 말미암아 그곳 그 지경이 온통 대 초상집이 되도록 하라. 그들의 대성통곡이 땅에 진동하며, 그 무엇보다도 그들의 울부짖음이 온 나라며 특별히 구중궁궐에까지 들리도록 하라. 둘째, 왕명이니라. 왕명에 거역하는 자나 반역하는 자나 배반하는 자는 다 대역죄인으로 몰아 그 배때기를 찔러 죽일 것이요, 그의 죄과를 그의 삼대에 이르기까지 물어 그의 삼족을 멸할 것인즉, 시종 왕명에 절대 복종함으로 각기 제 생명을 보존하고 각기 삼족의 흥왕을 꾀할지어다. 끝으로, 왕명에 절대 복종하며, 시종 왕명을 받들어 사내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많이 도륙하는 용사에게는, 초고속 진급에 최고 불사이군의 훈장까지 주어지게 되리라. 우리 헤롯 대왕님의 약속이니라. 그런즉 용사들이여! 칼과 창을 갈며 갑옷을 입고 나아가 사생결단 죽기 살기로 죽일지어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이 죽일지어다. 다시 말하노니 한 명이라도 더 많이 죽이는 용사에게는 초고속 진급! 초고속 승진! 최고 영웅 칭호! 불사이군의 높은 벼슬 자리까지 약속되어 있느니라. 이에 모두 도전해 볼지어다. 이번 기회에 출세해 볼지어다. 아무쪼록 이번 비상 계엄령에 인간 백정! 최고 살인마! 이판사판! 왕도 악하고, 여러분도 악해야만, 나라를 지킬 수 있으리라! 그럼 이제 모두 앞으로 돌진!”
이리하여 병사들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진다. 그러나 이와 달리 같은 처지 같은 상황 곧 그간 두 살배기 사내아들들을 자랑하며 특별히 아무 흉허물 없이 지내온 두 병사의 극비밀 행동은 어떠했던가? 두말할 것도 없이 사랑하는 자식들을 살려 보겠다며 곧장 탈령. 곧바로 고향 땅 베들레헴 지경으로 달려가 공히 부랴부랴 서둘러 어린 자식과 아내를 데리고 산속으로 숨어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다른 병사들에게 금방 발각되고 만다. 결국 이판사판 사생결단 사생관두 외에는 뾰족한 수단도 방법도 없는 곧 만사휴의 상황에 처하게 된 바 그만 뒤쫓아온 병사 한 명의 머리를 돌로 쳐 죽이고 만다. 다른 병사가 도망친다. 탈영병 아내가 부들부들 떨면서 소리 죽여 중얼거린다.
“아이고 아이고, 이 무슨 놈의 세상이 이래! 진짜진짜 피도 눈물도 없는 세상이라더니!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세상이라더니! 이 이 참절비절! 이 이 비절참절! 아, 정말 정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천붕지탁밖에 없나 싶네요! 아,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이 막막함! 이 절망감! 이 이 천붕지통을 어찌하면 좋을꼬? 어서 가요! 이러다가 사람 다 죽겠어요!”
그러나 도망쳤던 병사가 잠시 후 다른 병사 8명을 더 데리고 나타난다. 잠시 후 안면부지의 사람을 대하듯 이른바 안면박대 및 안면몰수의 피비린내 나는 사생결단의 전쟁이 벌어질 게 뻔했다. 안달재신 곧 몹시 속을 태우며 여기저기로 도망치는 사람들밖에 없는 이 세상에는 여하간 그 어디에서도 안도의 숨을 쉴 수 있는 곳이 없지 않나 싶었다.
여기저기서 통곡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불사이군의 높은 벼슬 자리! 초고속 진급! 이게 도대체 뭘까? 이 초고속 진급이란 말에 거의 모든 병사들의 눈이 확 뒤집히고 마는가 싶었다. 초고속 진급이란 말이 병사들을 악마로 만들고 있었다. 역시 밑바닥에서 복복 기는 졸병, 졸개들에게 있어서 초고속 진급이란 말보다 더 좋은 게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고달프기 그지없는 졸개, 실로 고통스럽기 짝이 없는 졸병, 그런저런 쫄따구니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돌연 온 세상을 무법천지로 만들고 있었다. 초고속 진급! 이게 정말 졸개들에게 있어서 너무도 큰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초고속 진급! 이게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인간 백정들,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 악마들, 전무후무한 미치광이들, 실로 전에 없었던 폭행자 살인자 그런저런 괴수 및 괴물들로 만들고 있었다. 한마디로 사탄의 올무에 걸려든 바 화인 맞은 양심을 가지고 제1의 신성모독 등등 그 파멸과 그 멸망의 길로 깊이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그래서 예로부터 권력 앞에 장사가 없으며, 초고속 진급 앞에 더할 나위 없이 마음씨 좋은 무등호인도 하늘이 낸 거룩한 천종지성도 없으며, 그 누구든 권력이란 요물에게 먹히면 온갖 전횡과 불법을 저지르게 되며, 뿐만 아니라 너도나도 다 화를 자초하게 되며, 너도나도 다 천벌 받을 일로 매진하게 된다 했던가. 이 마을 저 마을에서 악명 높은 정신병자들이 되어 점점 더 악랄하게 대학살 곧 살인경쟁을 유감없이 펼쳐 보이고 있는 바,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온갖 욕설이 터져 나온다.
“저 저 쳐죽일 놈들! 저 저 살인마들이 샅샅이 들쑤시고 다니면서, 아이고아이고 두 살 아래로 죽이라고 했다는데, 저 저 네 살배기까지 죽이고! 저 저 네 살배기가 네 살배기답게 성장하지 못했다고 해도 그렇지! 그 어떻게 네 살배기까지 죽일 수 있느냐고! 그 눈구멍이 썩었어도 그렇지!”
“글쎄 그 그 누가 아니래요! 못 먹어 제 나이만큼 성장하지 못한 것도 가슴 아픈 일인데!”
“아무튼 저 저 저주받을 놈들 때문에, 이 이 지옥밖엔 없네요. 조금 전엔 갓난 아이까지 죽이되, 마치 개구리 뒷다리를 잡고 그 머리를 돌에 내리쳐 죽이듯 하고! 그 어린 것이 무슨 죄를 지었다고! 몽둥이로 때려죽이고! 돌로 때려죽이고!”
“아이고 아이고 누가 아니랍니까! 도대체 그놈의 천무이일이 뭐기에 그놈의 천무이일이 이 세상을 온통 지옥으로 만들고 있네요! 그놈의 천무이일의 졸개들로 말미암아 통곡의 바벨탑이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고! 그리하여 온 나라에 진짜 언어 혼란이 주어지고! 아이고아이고 이놈의 세상을 어찌하면 좋을꼬? 온 세상 천지에 살기등등한 눈길밖에 없으니!”
광기 어린 병사들의 잔혹성은 끝이 없다. 계속 이어지는 천인공노할 만행에 차마 눈을 뜰 수가 없다. 세상 여기저기에 죽음밖에 없다. 여기저기서 마치 철천지원수의 자식을 때려죽이듯 한다. 목을 놓아 우는 대성통곡과 대성방곡이, 천첩옥산에서 천촌만락에서, 밤낮없이 들려온다. 병사들의 흉악무도한 흉행이 계속 된다. 그런데 대궐 안에서 부랴부랴 빠져 나온 신하들의 대문 밖은 어떠한가? 마치 매우 높은 낭떠러지 그 만장절애에서 굴러 떨어진 듯한 심정으로 저마다 자기 집으로 달려가 우선 당장 자기 집안의 귀동자들을 숨기기에 급급했으며, 곧이어 자기 집 대문 앞에 패잔병과 다른 곧 힘이 세고 야물진 야만인, 바로 그런 부라퀴 같은 사병들을 직접 고용하여 철통같이 세워 놓고, 그 손에 다음과 같은 팻말을 들려주고 있었다.
행여 만에 하나나마 어찌 될지 몰라, 만인지상 댁! 혹은 만조백관 댁! 혹은 만정제신 댁! 혹은 만승지군 댁! 혹은 만고충신 댁! 혹은 고관대작 댁! 혹은 주석지신 댁! 등등. 그러면서 만심환희 곧 만족하여 한껏 기뻐하면서, 만장공도 곧 조금도 사사로움이 없는 매우 공평한 일을 수행하고 있다는 식이요, 만장생광 곧 한없이 빛이 나는 일, 곧 고맙기 그지없는 일을 수행하고 있는 중이라는 식이었다. 연속부절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아니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왕에게 단 한마디도 못하면서.
그런데 이 같은 신하들의 대문 밖은 어떠한가? 말 그대로 죽음이 넘실거리는 생지옥이라. 따라서 많은 엄마 아빠들이 사색이 된 얼굴로 가자 가자 하면서 시종 사생관두의 피난길로 접어들어 시종 죽고 사는 사생동고의 삶과 함께하고 있었다. 역시 도주하는 자들에겐 사선을 넘으면 또 다른 사선이 앞을 가로막고 나설 뿐이었다.
느닷없이 살인귀 곧 천무이일의 병사들과 맞닥뜨린다. 피난길에 오른 어린 사내아이 열두 명이 불행하게도 한꺼번에 떼죽음을 당한다. 순간 확 돌아버린 엄마 아빠들이 살인 병들에게 미친 듯이 돌을 던진다. 한 병사의 머리통이 박살난다. 즉사하고 만다. 그러자 군인들이 제정신을 잃은 상태로 부모들까지 죄다 죽인다. 어느 겨를에 40여 명의 죽음으로 역식 피난길 한 모퉁이가 피바다로 변하고 만다. 한 인생의 천무이일이 이렇게 만들고 있었다. 한 하늘 아래에 두 개의 해가 있을 수 없다는 교만이 만왕의 왕까지 잡아 죽이겠다는 모반 및 추악한 상태로 접어들어 이처럼 온 천지를 피바다로 만들고 있었다. 40여 명의 시신이 길바닥 여기저기에 아무렇게나 나뒹군다. 이러한 가운데 또 다른 곳에서 그 어떤 엄마가 땅굴 속으로 숨어든다. 그러나 땅굴로 기어든 맹독성 뱀에 그만 엄마가 물려 보다 더 고통스럽게 죽어간다.
“아이고 아이고 내 새끼야! 아이고아이고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다냐? 썩어 죽일! 썩어 죽일! 아, 이 세상엔 그 어디에도 평안히 쉴 만한 곳이 없구나! 아, 정말 정말 뒤로 나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이젠 아예 이 이 웬수놈의 뱀까지 나서서! 아이고아이고 차라리 죽자! 이 병풍상서. 바람에 병들고 더위에 상하기 마련인 이 생지옥 같은 세상에서. 그래그래 더 오래 시달리고 쪼들리며 사느니. 그래그래 차라리 하루라도 더 빨리 죽는 게 낫겠지? 아이고 아이고 하지만, 하지만, 오오 내 새끼를 어찌하면 좋을꼬? 오오 내 새끼야! 오오 불쌍한 내 새끼야! 아아 이건 이건 아닌데! 아, 나 죽겠네! 하지만 아가 아가 울면 안 돼! 울면 살인병들이 쳐들어 와! 울면! 울면! 그런즉 조용 조용!”
그러나 뱀의 맹독성으로 말미암아 끝내 본성을 잃어버린 엄마가 길길이 날뛰면서 죽어 간다. 그런데 이와 달리 또 다른 곳에서는 그 어떠한 비극이 펼쳐지고 있었던가?
“썩어 죽을! 이런 때 군인 가족만 되었어도 이런 비극은 없었을 판인데. 군인 저그들끼리는 으레 숨겨주고 보호해 주며 암암리에 도주 방법까지 알려 주곤 하면서 서로 피신시켜 주는 등등 그야말로 군인 새끼들은 다 살아남고 있을 텐데!”
“글쎄 글쎄 누가 아니랍니까. 그것들이 우리 새끼들만 잡아 죽이겠다고 느닷없이 들이닥치고 그놈들 때문에 숨도 못 쉬고. 그러면서 이 이 거지꼴로. 밤낮없이 뜬눈으로. 이게 도대체 뭐냐고요? 그저 이 말 저 말에 휩쓸리며 오늘은 그리심 산으로 내일은 에발 산으로. 진짜 진짜 지옥을 헤매이고 있는 것만 같은 게, 아아 정말 정말 더는 못살겠네요!”
“진짜 진짜 진짜로요! 이젠 우리 새끼에게 먹일 것조차 떨어지고! 정말 풀뿌리도 한두 끼니지! 아이고 아이고 이젠 정말 살길이 영 막막하네요. 그렇다고 이대로 죽을 수도 없고요! 아아 아아!”
이때 두 여인이 가던 길을 멈추고 끼어든다. 한 여인이 마치 걸인연천 곧 거지가 하늘을 불쌍히 여기듯 말한다.
“하지만! 하지만! 아직 뭐든 먹일 수 있는 그 아이라도 있으니 그저 그저 감사하시구려. 우리는 이미 자식 잃은 죄인들로서, 이제 그만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라오. 그 피신이고 뭐고 간에. 다 끝난 마당에요. 하여간 아직 피난길로 떠날 수 있다는 게 그 그 어디냐구요? 좌우간, 좌우간, 끝까지 잘 피해 다니도록 하시구려들. 우리들처럼 새끼를 죽이지 마시고요! 그 아기가 울면 큰일 나니까, 아무쪼록 울지 못하도록 입을 틀어막으면서요.”
아들 잃은 엄마들의 두 눈에서 피눈물이 크렁크렁 고인다. 역시 유대인의 왕으로 오신 만왕의 왕을 죽이겠다고 발벗고 나선 자들이 살고 있는 이 곳 이 세상에서는 마냥 죽음이 계속될 뿐이었다. 또 다른 곳에서 군인들이 소리친다.
“멈춰! 너희들 그 아기 이리 내!”
“아이고 아이고 우리 새끼는 그 유대인의 왕이 아니라고요! 절대로 절대로요! 그러니 제발 제발!”
“잔소리 말고!”
어느 틈에 아이를 죽이되 마치 쥐새끼를 때려잡듯 하고 만다.
“아이고 아이고, 이 이 미친놈들아! 아가 아가! 아가! 아이고 아이고 이 천벌을 받아 뒈질 놈들아! 네놈들도 어디 한 번 뒈져 봐라!”
“이게 이게!”
악에 받쳐 악을 바락바락 쓰며 덤벼드는 엄마마저 때려죽이고 만다. 순식간에 엄마와 아기가 피로 얼룩진 시체로 나뒹군다. 이런 나락 이런 지옥이 그 어디에 있단 말인가? 나랏말씀에 백성을 사랑한다더니, 한 나라가 이 지경이 되다니, 과연 천무이일이라는 게 그 뭘까? 먼발치에 숨어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두 엄마가 치를 떨면서 하는 말이다.
“저 저, 저 저 썩어 죽일! 아, 다 다 왕 노릇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세상은 그 어디에도 없을까? 바로 바로 그런 곳이 곧 천국일 텐데. 저 저 천인공노할!”
“글쎄 글쎄 누가 아니랍니까. 그런데 헤롯 저 혼자서만 왕 노릇을 하겠다고 저러니? 아, 그놈의 천무이일에 온갖 고난 고통 죽음 그런 백고천난밖에 없으니! 정말 정말 그놈의 천무이일에 백의 구멍 천의 죽음 그런저런 갖가지 폐단으로 말미암아 엉망진창이 되고 만 백공천창밖엔 없으니! 아, 진짜 진짜 지옥에서 지옥으로 가는 길밖에 없나 싶구려. 아, 그래도 떠나가야만 되겠지요?”
“아 그럼 그럼 그러믄요! 지옥보다 더한 곳이 있다 해도, 우리 새끼들을 살리자면요!”
“예예 갑시다! 또 다른 지옥으로!”
두 아이 엄마가 각각 자기 아기를 등에 업고 서둘러 또 다른 피난길로 접어든다. 그러나 얼마 못 가서 두 병사에게 걸려들고 만다. 두 병사가 이렇다 저렇다 말 한마디 없이 곧장 두 아이를 빼앗아 죽이고 만다. 순간 악에 받친 두 엄마가 두 군인의 머리를 돌로 후려쳐 죽이고 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아이고 아이고! 이 일을 어찌하면 좋아?”
한 엄마가 거의 반사적으로 죽은 아들을 가슴에 와락 끌어안고 울며 불며 죽은 병사의 시신을 힘껏 내리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다른 한 엄마는 만에 하나 누가 보지 아니했을까 하는 눈빛으로 사방을 휘휘 둘러본다. 다시금 주위를 휘휘 둘러본다. 연속부절 사방을 휘휘 둘러보면서 죽은 자식을 등에 업는다. 부랴부랴 자리를 뜬다. 정처없이 이 마을 저 마을로 떠돌기 시작한다. 벌써 며칠째인가? 이젠 아예 완전히 정신 나간 엄마가 되어, 죽은 아들 곧 벌써 썩어 손발이 문드러진 송장, 이른바 송장 썩는 냄새가 물씬물씬 나는 아들을 등에 업은 채 소리친다.
“아가! 아가! 눈 떠! 눈 떠! 그리고 한눈 팔지 마! 한눈 팔지 마! 오직 별만 봐! 별만 보고 가! 하기야 그 누가 되었든, 별을 따라 가다 말고, 잠시 한눈을 팔게 되었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 후로는, 여하간, 한눈 팔지 말고 별만 따라가라고!”
그런데 왜 이 많은 사람이 손에 손에 돌을 들고 달려가는 걸까?
“아이고 아이고, 왕이 뭔 줄도 모르는 놈이, 그 그 됨됨이가 천박하고 그 그 용렬하기 짝이 없는 그 그 천열한 인간이, 그 그 맨날맨날 왕 왕 하면서, 그 그 저주받을 짓만 골라서 하고. 그 그 천인공노할 만행만 저지르고. 아이고아이고 그러면서 하늘이 낸 그 거룩한 인자 그 그 천종지성 그 그 고삿고기까지 잡아 죽이겠다고 지랄지랄, 그 지랄까지 떨면서, 우리 우리 새끼들까지 죽이고! 그 그 천인공노할 만행에 지옥밖에 없으리라! 이 이 천무이일아!”
“정말 정말 정말로요! 그나저나 천국 천국 천국은 어떠한 곳일까요? 폐일언하고 모든 사람이 너나없이 다 왕 노릇을 하면서 살 수 있는 곳이 곧 천국이겠지요? 정반대로 악인들이 그저 저 혼자서만 왕 노릇을 하며 살아 보겠다고 마구마구 다투는 곳이 지옥이겠고요? 그런데 뭐 뭐 그 천벌을 받아 뒈질 놈이, 천무이일?”
“좌우간 좌우간 그놈이라도 때려 죽이러 가십시다! 그놈이라도! 그놈이라도!”
이른바 아들을 잃은 부모님들의 그 큰 상명지통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기 위하여, 갑자기 2계급 특진과 더불어 다 죽여라의 주인공으로 발탁, 이내 살인극의 최고 책임자 및 최고 선봉장역에 최선을 다했던 바로 그 벼락 출세자 삼성장군이, 이제 그만 징벌과 모욕과 마땅히 죽음을 당해 주어야만 될 대역죄인으로 몰려, 주군 헤롯 왕이 세운 그 높은 장대 위에 매달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