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3월 6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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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의 나뭇잎들이 연초록으로 봄의 기운이 완연한 이때 서울에서 막내 동서 내외가 승용차로 왔다.
올해 농사 준비를 돕고, 그동안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구경하고 싶어도 못 가던 고창 청보리 축제장을 같이 가자고 해 아침을 일찍 먹고 그곳을 향하여 세 시간여 운행하여 도착하였다.
우리가 너무나 일찍 도착한 데다 주요 행사가 없는 날이어서인지 관람객이 별로 없다.
그래도 막상 보리밭에 들어서니 겉보리가 잘 익고 있어서 그 자태가 너무나 청순하여 이 광활한 면적의 보리밭과 유채밭을 경운할 때와 파종, 그리고 비배 관리와 제초 관리를 기계로만 했을 것일까?
다수의 생산량 처리를 어떻게 할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 관리하는 분들의 노고를 칭찬하고 싶다.
우리 고장에서는 이모작이 어려웠다.
오래 전부터 사라진 쌀보리밭에서 어릴 때 친구들과 어울려 소먹이 풀을 베러 다니면서 서리하여 맨손으로 비벼 먹으니 손과 입술이 새까맣게 되든 때가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다.
무릎이 아픈 아내를 막내 동서가 장애용 자전거에 태우고 소규모 산 하나를 통째로 개간하여 조성한 가파른 보리밭 사잇길을 돌고 있는데 모두들 적기에 왔다고 좋아들 한다.
이때 우리들의 머리 위 공중에서 드론이 촬영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곳 길을 걷는 동안 배경이 아름다운 곳을 찾아 여러 번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점심때가 되어 학원농장 식당에서 점심으로 보리쌀비빔밥과 메밀국수를 한 그릇씩 주문하여 거뜬히 먹고 입구에 있는 가수 진성의 <보릿고개> 가사비를 보니 뜻이 있어서 카메라에 담았다.
점심 식사 후에는 관광차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바다가 가까운 여기까지 왔으니 산지의 맛있는 전복죽을 먹어야 한다는 막내 동서의 권유에 따라서 먼저 구시포 선착장에 도착하여 속 시원이 툭 터진 바다 구경을 하고 해수욕장으로 가서, 점포에 들러 쭈꾸미 숙회를 한 사발 주문하여 입술이 터지도록 먹었다.
이어 이름난 백합칼국수를 주문하여 맛있게 먹었더니 배가 너무나 차서 저녁밥을 생략하였다.
돌아오면서 곰곰이 생각하니 서울이나 먼 곳에 살고 있는 분들이 방문하기가 어려운 고창의 청보리밭과 구시포 해수욕장을 구경하고, 산천의 계절 따라 변화를 실감했다.
그러면서 막내 동서 내외의 세심한 배려에 감동을 받았다.
그 이튿날 연합 TV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구경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방영되었다니 우리들의 모습도 있으리라 믿어 어깨가 으쓱해진다.
가파른 경사지를 구경하면서 오르고 내릴 때마다 다리가 무거워서 주저앉고 싶은 때가 있었으나 구경할 수 있음을 하느님께 감사드리면서도, 역시 명승지 구경은 팔다리에 힘이 있을 때 해야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