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봄호 2025년 3월 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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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미 머리로는 세월을 닦아내지 못했다
살아온 이력서가 얼굴이 된 노인이
같이 늙어버린 리어카와
길에 버려진 고물을 줍는다
기역자로 후들거리는 노인의 다리
바람이 반쯤이나 빠진 리어카 바퀴가
칭얼칭얼 투덜댄다
고물도
반짝이던 한때는 마냥 그대로인 줄 알았다
반질반질 닦여져
시간을 먹을수록 값이 배불러지는
골동품으로 모셔져 있을 줄 알았다
고봉밥으로 실린 고물을
기우뚱거리며 밀고 들어온 고물상엔
손님이 와도 일어서길 귀찮아하는 누런 개가 멀뚱거리고
낡은 것으로 먹고사는 젊은 주인은
생전 낡아져 가지 않을 것처럼
낡음을 주워 온 노인의 하루를 계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