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4월 6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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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끊긴 깊은 적요다
슬며시 가을볕도 사그러든 빈 들 너머
저무는 배추밭이 시리다
몇 고랑에 선심 쓰듯 남겨진 몸이
숨어 울다가, 뽑힐 일 없어
지지리 못난 것끼리 땅에 남겨진
쓸쓸함을 차마 견디는 일
흙 속으로 심어진 너의 편지 읽으며
물감 같은 노란 속울음 들키다가
산골 얕은 곳까지 내려온 개밥바라기에
내 슬픔까지 대소쿠리에 떠나보내는 것이다
밭너머길
잠시 휘황한 꿈 꾸어본 적도 있던
손님도 주인도 떠난 처마 낮은 빈집이 어둑해져
이 생의 무거움으로
눈에 촛점을 잃고 당황하고 있다
산다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