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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페 같은 다양한 작품 세계

한국문인협회 로고 이은집

소설가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6월 6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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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인으로 55년, 방송작가로 23년, 작사가로 45년을 활동해 문학 나이가 123살이라고 공언했는데, 그래서 여기에 창작한 저서를 소개해 보면 아래와 같다.
우선 문단생활 55년 동안에 발간한 총 저서는 38권인데, 이는 적지도 많지도 않은 숫자라고 하겠다. 데뷔작인 창작집 『머리가 없는 사람』은 나의 총체적 작가생활을 예시한 소설집으로 당시에 추천사를 써 주셨던 대학 시절의 은사님이신 정한숙 소설가께서 언급하셨듯이, 사회의 앞뒤 모습과 옆모습까지 천착한 작품들이었다. 이를 출발점으로 나의 문학은 뷔페의 음식처럼 다양해서 가장 많은 청소년 학창물로 「학창의 별난 아이들」 「영틴」, 영화화까지 된 「학창보고서」 「학창의 괴짜들과 꾸러기들」 「남녀공학 사랑방정식」 「남녀공학 비밀수첩」 「쉿! 말하지 마! 이건 우리끼리 얘기걸랑!」 「요즘 학생님들! 옛날 선생님들!」 「하이틴 족집게 점풀이」 같은 것이 있고, 본격적인 문학작품집으로는 『후예』 『눈물 한 방울』 『스타 탄생』 『통일절』 『한국인 멸종』 『통일가족 통일남북』 『청산별곡』 『트롯 킹 국민가수』 등이 있으며, 나머지 저서들은 시집이 4권에 참고서도 있고, 특히 10매짜리로 한국문학신문에 14년간 연재 중인 콩트집 『내 고향 청양 추억』 『응답하라 고향아! 추억아!』 외에 수필집, 입시용 소설 소개서 등 10여 권이 있어, 그야말로 뷔페 음식처럼 다양하다고 하겠다. 그리고 방송작가로서는 23년간 13만여 매의 방송원고를 썼지만 한 번 전파를 타고 날아가면 끝이므로 원고가 휴지로 돼 버리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작사가로서 노랫말은 가수에 의해 노래로 남겨지고 유행이 되면 노래방에도 수록되어 사후 70년까지 저작료가 나오니까 가장 즐거운 보람과 수입까지 보장해 준다고 하겠다. 나도 1980년대 후반부터 거의 5년여간 매일 천여 권씩 책이 팔리는 베스트셀러 작가를 해 봤지만 지금은 인세 수입이 전무한 것이다.
자, 그러면 앞으로 나는 무엇을 더 쓸 것인가? 나는 한때 가수를 데뷔시켜 기획사를 운영한 적도 있다. 이때 소속 가수에게 이런 훈화를 설파한 적이 있다. 첫째, 가수는 개성이 있어야 한다. 누구를 닮은 모방가수가 아니라 자신만의 색깔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둘째, 매력이 있어야 한다. 노래 자체의 매력과 가수의 외모 등 팬들에게 매력을 느끼게 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는 혼이 담긴 노래를 불러야 한다. 즉 가수가 부르는 노래는 팬들에게 절망을 넘어 희망을 갖게 해 주는 혼이 담긴 노래를 불러야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문인, 특히 작가(소설가)의 작품은 첫째 새로워야 한다. 즉 소설의 소재도 문장도 스토리도 기존의 틀을 벗어난 신선한 새로움을 보여 주어야 한다. 둘째는 충격적이어야 한다. 지금 세상의 상황과 사건은 사람들에게 엽기적일 만큼 충격적인 뉴스가 많아서 웬만한 소설로는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듣도 보도 못한 소설로 충격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셋째는 실험적이어야 한다. 소설이 종래의 소설 이론이나 문장법에 따라 쓸 이유는 없다. 형식이든 내용이든 표현이든 전혀 읽어 보지 못한 실험적 파격적인 소설을 쓰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요즘 소설이 독자를 잃어가는 이유는 작가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고 하겠다. 요즘 받아보는 수많은 잡지와 작가들의 소설책을 읽어 보면 재미없고 지루해서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나는 소설을 재미+주제+감동을 주는 소설로 쓰고자 무진 애를 써 왔다. 물론 그런 성과를 거두었는지는 헤아리기 어렵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독자가 예측할 만한 이야기나 서사적 수법은 되도록 피하고 파격적, 도발적, 충격적인 소설을 쓰고자 노력해 왔다. 그리하여 최근에는 방송가의 트롯 오디션에서 탄생한 가수들을 소재로 한 소설만을 묶어 『트롯 킹 국민가수』란 소설집을 펴냈는데, 독자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나로서는 큰 보람과 기쁨을 맛보았다. 또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새로운 역사소설을 써 보고 싶다. 예를 들어 신라, 고구려, 백제가 신라로 통일됐는데, 계백 장군의 아들이 몸종에 의해 살아나서 신라의 화랑무술대회에 출전해 우승하여 신라의 왕을 암살하려는 이야기를 소설로 썼더니 무척 재미있었다는 독자의 반응을 보고, 나는 이런 퓨전 역사소설을 새롭게 쓰고 싶어진 것이다. 그래서 임진왜란 소재의 역사소설도 명나라의 출병 가운데에 흑인도 있었다는 최근 어느 소스를 읽었는데, 이런 명나라의 흑인 원병도 등장시키고 왜장이 조선의 성균관 유생한테 암살을 당하는 등 새로운 임진왜란 역사소설을 써 봄직도 하지 않은가? 암튼 앞으로 내 소설의 창작길은 뷔페처럼 다양하게 모색해 보고 싶은 게 지금 내가 창작하고 싶은 새로운 작품이라고나 할까?

 

[이은집 ]
충남 청양 출생.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1971년 창작집 『머리가 없는 사람』으로 문단 데뷔. 저서 『학창 보고서』 『스타 탄생』 『통일 가족 통일 남북』 등 38권 출간. 충청문학상, 헤세문학상, 여수해양문학상, 무궁화문학상 등 16개 문학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국제펜 한국본부 이사, 한국소설가협회 상임이사 역임. 계간지 『문예빛 단』 회장. 서울에서 6개 고교 국어 교사 30년 근무. 방송 작가와 작사가로도 활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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