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6월 6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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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멀리서도 나를 알아본다. 엄마 아빠가 맞벌이를 해서 나는 어려서부터 할머니 품에서 자랐다. 축구를 유난히 좋아했던 나는 매일 친구들과 어울려 공을 찼다. 환한 달밤이면 혼자 공터에 나가 보름달과 놀았다. 나는 공만 보면 새처럼 날아 다녔다. 그런데도 할머니는 공부하라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2002년 월드컵에서 강력한 수비와 파워로 4강 신화에 기여한 나의 별명은 ‘진공청소기’였다. 나는 내 능력을 은근히 드러내기 위하여 ‘카리스마’를 일부러 ‘칼있으마’로 쓴 적이 있다. 나는 국가대표 축구선수 중에서 유일하게 노랑머리를 했다. 그것은 월드컵에서 뛰는 손자를 할머니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