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6월 6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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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은 이곳을 스쳐 가고
떠도는 바람만이 모여들었다
썰렁한 공원
긴 벤치의 그림자처럼
흘러가거나, 닿을 수 없는 것들만
머물다가 사라진다.
하루를 천년같이 살던 적도 있었다.
진액을 빨아먹고 나를 뱉어버린 운명은
구두 밑창에 껌처럼 붙어 있다.
열차의 뒤꽁무니만 바라보다가
늙어가는 오늘을 망각해 간다.
금맥을 찾아 떠돌던 그 세월처럼
이곳도 오래 머물 곳이 아님을
예감으로 알고 있다.
또다시 새로운 길을 펼쳐 들고
긴 여정에 올라야 한다.
마음의 차창 밖에
걸어두었던 풍경이 낡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