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6월 676호
18
0
아들아, 잘 가라, 툭, 어깨를 쳤다
짧은 ‘네’ 소리가 길었으면 좋으련만
감추어진 소리는 마음으로 듣는다
아들을 보면
낡은 사진첩 속 젊은 날의 나를 본다
낙타처럼 굽은 아버지의 등,
해 뜨고 구름 지는 길 위를
성큼성큼, 앞서 걷는 뒷모습이 보였다
그랬었지,
손바닥 같은 논을 지킨다면서
자전거에 삽자루 싣고 떠나던 당신
도열병처럼 그리운 이유가 무엇인가
잘 있거라, 장항선 열차가 울음을 터뜨리고
아버지의 한숨이 철로 따라 내 등에 새겨졌다
아버지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이
뒤돌아봐도, 아버지 모습은 없고
그 자리에, 반백의 사내가 아들을 보내며
묵묵히 서 있을 뿐
그냥 말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