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6월 6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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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꼬리처럼 길게 늘어트린 햇빛이
집주인 허락도 없이 아파트 베란다로 기어 들어와
봄까지 지내겠다고 거실 깊숙이 누워 버렸다
인정머리 없이 불어닥친 한파가 얼마나 미웠던지
나도 한기를 달래기 위해 햇살이 몰래 들어와도 모르는 척했다
꽃대는 며칠 동안 햇살을 안고 자다 보니 젖몸살을 시작했다
창문 쪽으로 반대 방향으로 옆으로 누웠다 일어났다 하더니
어느 날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하며 날아다니는 것이 아닌가
호접몽 속에 莊子도 만나고 꽃과 나비들도 만나며
말라붙은 나비 미라가 꽃대에서 떨어진 뒤에야
화려한 꿈속에서 본 듯한 호접난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였다
봄빛 속에 고양이처럼 자다가 깨어난 나의 인생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