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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6월 6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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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꿈속에서
낯선 거실 한구석에 웅크린다. 
몸을 둥글게 말고 앉은 그림자는 
묵은 시간처럼 무겁고
굼벵이처럼 느리게 숨을 쉰다.

 

커튼 사이로 불빛이 스며들고 
내 그림자는 벽 속으로 사라진다. 
어둠 속에 가라앉은 몸,
움직이지 않던 손끝이
저혈당처럼 흔들린다.

 

배고파, 어지러워.
중얼거리며 눈을 뜨면
냉장고 문이 열린다.
2도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버터와 치즈, 얇은 햄을 꺼낸다. 
프라이팬 위에서 버터가 녹고 
식빵이 익어 가는 사이
양파와 버섯, 피망을 채썬다.
발사믹 소스를 버무리는 손끝에서 
조용한 온기가 피어난다.

 

혼자가 된 아침,
햇살이 창을 넘어 들어오고
나는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든다.
웃어도 울어도
배고파도 괜찮냐고 묻는 이 없지만 
나는 외롭지 않다.

 

설거지, 청소, 빨래,
늘 쌓이던 일들이 사라진 자리.
햇빛 속에서 졸고 있는 사람은 나인데 
왜,
그가 보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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