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6월 6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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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서점에 갔어요
그곳은 지나간 시간이 돌아와 있었지요
빛바랜 책 속에서
눅눅한 시간의 딱정벌레가 기어 나왔어요
딱정벌레에 이끌려 그곳을 찾는지 모릅니다
인스턴트 음식으로는 허기를 채우지 못합니다
읽지도 않을 책을 삽니다 배가 고프기 때문이지요
침묵이 환하게 문을 여는 때도 있습니다
고양이의 우아함과 영묘함을 사랑한다던
나의 아버지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더 사랑한다던
아버지의 말을 이제야 이해하게 됩니다
침묵을 좋아하던 아버지의 오래된 짐을 정리하다
서랍 속에 잠든 시간의 딱정벌레를 보았습니다
아버지의 냄새입니다
말하고 싶지 않은 날에는
중고서점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