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8월 6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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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뙤약볕에 땅이 타들어 간다
풀더미 속 머위는 아랑곳없이
초록 우산을 펼치고 있다
둥글넓적한 잎 하나씩 헤치니
그늘 아래 떡하니 앉아 있는 두꺼비,
시종의 호위를 받는 왕의 모습이다
흑색과 갈색 무늬의 구불구불한 곤룡포 걸치고
앞다리는 갈고리처럼 벌려 딛고
커다란 눈 끔벅이며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은 나무라고, 땅이라고
그 그늘 아래는
어떤 믿음이 있는 걸까
나는 태양이라고, 하늘이라고
한판 으름장을 놓았으나
그만 눈싸움에서 지고 만 것이다
어쩌리
초록우산 씌워주고 가만히 물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