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9월 6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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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방향이다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
달리는 차창 밖 펼쳐지는 풍경은
거대한 수채화다
터널을 지나는 동안 유리창엔
맹랑한 침묵의 근간이 가슴속에서 들끓었다
건조하고 엄격한 내가 보인다
고집하는 어깨를 내어밀며
목을 굳게 하여 스스로 닫아 걸었던 시간들
이별이라는 의식을 치르고 나서야
무엇이 더 소중했는지 보여지는 뒤늦은 우둔함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삶의 기억을 놓아버리셨을까
미련한 자식이 역방향으로 가는 설만(褻慢)한 모습에
조용한 가슴앓이를 얼마나 오래 하셨을지…
각주 없이 용서하고 사랑할걸
솟아오르다가
뭉클뭉클거리다가
등고선이 파문진다
오롯이 품어 왔던 짝사랑을 지평선에 박음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