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9월 6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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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마당은 늘 정갈하고 깨끗했다.
삼촌들과 오빠가 아침저녁으로 쓸기도 했지만
해마다 추수철이면 아부지가
행여 나락에 작은 돌 하나라도 섞일까
패인 곳을 정성껏 메우고 다지셨기 때문이다.
엄마는 싸리나무 울타리를 따라 꽃밭을 가꾸셨는데 작약, 백합, 봉숭아, 채송화, 분꽃과 국화꽃이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피어
우리 집은 꽃밭이 예쁜 집으로 소문이 났었다.
햇살이 따신 봄날이면 엄마는
진달래꽃을 따서 화전을 부쳐 주셨고
별이 쏟아지는 여름밤에는 멍석에 앉아
옥수수를 먹으며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여주셨다.
내 유년의 기억은 늘 한 폭의 수채화처럼,
무지개를 타고 노는 요정처럼 아름답다.
꽃이 흐드러지는 봄날이면 친구들과 진달래꽃을 꺾으러 갔는데 꽃숲에 문둥이가 숨어 있다가 아이들 간을 빼먹는다는 얘기가 생각나서 도망을 치기도 했고
무더운 여름날이면 앞산 골짜기 개울에서
물장구를 치고 멱을 감으며 놀았다.
가을이면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고학년 오빠들이 무서리나 콩서리를 해줘
오 리나 되는 먼 길을 지루하지 않게 왔다.
겨울에는 논에 물을 채워 만든 썰매장에서
신바람 나게 썰매를 지치기도 했고
정월대보름이면 쥐불놀이를 하다가 머리를 태우기도 했다.
그 시절이 정말 그립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나의 유토피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