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가을호 2025년 9월 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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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가지 않는 시를 꾸역꾸역 삼키다가
책을 덮어버린다
소화제를 삼키고 가슴을 치며
폭염보다 무거운 페이지를 다시 넘긴다
잘근잘근 씹어 삼키려면 틀니를 해야 하나
이모의 오독거림을 보고 처음으로
족발이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오독거리는 소리가 틀니에서 비롯된 것을 알았을 때
틀니를 자랑하던 이모는 떠나고 없었다
기름진 뼈를 발라내듯
읽히지 않는 책을 들고 한여름 씨름을 한다
오독오독 이모 흉내를 내기도 하고
어금니로 잘근잘근 씹어보기도 하고 그럴수록
촘촘한 레진과 상아 사이로 튕겨져 나오는 거대한 발톱들
‘오독(誤讀)은 난독증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이제부턴 틀니 대신 돋보기를 써 볼까?’
이모의 일기장엔 돋보기가 백 개쯤 그려져 있었다
내 책상 위에도 오독거려야 할 책들이
쌓여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