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가을호 2025년 9월 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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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에 가면 바람이 세차다
갈 때마다 황소바람이 뺨을 휘몰아친다.
바람 부는 날에만 간 것도 아닌데
정상에 오르면 날아갈 것처럼 돌개바람이다.
그 세찬바람〔風〕에 오래된 주목나무 잔가지는
바람맞은 데로 볼썽사납게 휘어져 있지만
그 의연함을 볼 때마다 천년의 몸매는 미소로 답한다.
사계절 불어오는 바람 눈〔眼〕이 지켜보고 있어서일까
변절하는 잡초들에게 버티는 지혜를 알리고 싶어서일까
바람은 자취도 남기지 않고
모든 걸 버리고 휩쓸고 가지만
그 까짓 바람쯤하고 잘도 버텨 낸다
토네이도보다 더 거대한 돌풍이 몰아쳐도
속으로 삭이고 새기며
어릿광대 웃음짓으로 참는다.
살아서나 죽어서도 천년을 버티는
생명의 꿈틀거림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