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가을호 2025년 9월 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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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하늘이 내려다보았겠으나
나는 내려다보지 않고 걷던 길
아무렇지도 않게 제 안전만 생각하며
땅을 시끄럽게 하는 데 익숙한 발이
겸손하게 맨발로 걸어보기로 했다
발 아래를 찬찬히 내려다보며 걷는다
평소 아주 무시하고 지나쳤을 세상
낮게 엎드려 걸어가는 작은 생명들 보이고
작은 돌조각 사소한 이파리며 가지들 보인다
사소한 것들이 불편하게 발을 만난다
귀를 기울이기보다 권리를 주장하던 발이
그것들 피해 고개 숙여 조심조심 걷는다
둔한 발바닥이 겸손하게 땅의 가슴을 만난다
겸손은 만나는 세상도 평온케 하는지
맨발과 맨땅이 서로의 숨결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