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 2025년 12월 176호
도전정신이 살아 있는 당찬 신인 작품을 기대하며
시조를 평가하는 데 몇 가지 기준이 있다. 간결하고 절제된 언어를 사용했는가, 그리고 선명한 이미지로 시의 함축적 의미를 잘 전달하고 있는가,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인다면 형식이 주는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얼마나 노력했는가 등이다. 요즘 ‘시조는 많되 시는 없다’라고 하는 것은 글자 맞추기는 했으나 시에서 정작 필요한 이미지와 상징, 묘사와 표현력 등이 부족한 시조가 많다는 뜻이다. 그것은 오랜만에 『월간문학』 시조 부문 심사를 하며 느끼는 나의 씁쓸한 소회이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조제련 씨의 단수들은 새로운 가능성으로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당선작으로 선정한 김재필의 「자벌레 자화상」은 오랜 연륜이 보인다는 점에서 평가했다. 참신함과 새로움은 적어도 시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는 능력을 높이 샀다. 「촛불공양」 같은 작품도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단수를 많이 써서 시의 탄력과 감각적 기능을 익힌다면 좋은 시조를 쓸 분 같다.
조제련의 「초승달 꽃」은 시적 형상력 구현에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봉숭아물든 손톱 / 오늘 문득 생각난 듯”과 같은 초장 첫수에서 기존 시조가 갖는 관념이 아니라 참신한 메타포로 시적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다시 말해 이러한 조제련 씨의 시적 능력은 앞으로 시인으로서 성장하기에 충분한 신뢰를 갖게 했다. 기존 시조에서 발견하기 힘든 ‘듯’과 ‘은’ 같은 과감한 활용성 어미도 의미의 확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 다른 작품 「정선아리랑」「직지사 풍령」 등도 일정한 수준이긴 하지만 「초승달 꽃」을 당선작으로 삼는다.
전반적으로 응모 편수도 적고 수준도 떨어졌지만, 그런 아쉬움 속에서 시조 부문 응모자들이 분발할 수 있도록 격려의 의미에서 신인 두 사람을 세상에 내보내기로 했다. 도전정신이 살아 있는 당찬 응모 작품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