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2월 6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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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의 하얀 척수가 뱀의 혀같이 나와서
베란다에 핀 베고니아 꽃잎을
야금야금 뜯어먹는다.
서녘을 향하던 해가 방향을 잃었는지
긴 팔 뻗어와
왜 그곳에 하릴없이 머물고 있느냐고 꾸짖는다.
삶을 사랑했으나
수인(囚人)의 고독을 이해하지 못한
눈흘김일 뿐,
한여름 폭서 속에 어찌할 바 몰라
서성대고 있는 거라고
짐짓 모르는 사연인 척,
화분대에 눌어붙은 팔월의 진경이 연출될 때
수인의 아직 부르지 못한 노래가
꽃의 목울대에서 꺽꺽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