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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1 693호 늦가을 원적암(圓寂庵)*에서

불출봉(佛出峰)* 중턱에 은자처럼 들어앉은천 년 세월 품은 원적암,그 이름 심오하구나 오색 단풍 곳곳 붉게 태울 때물결처럼 일렁이던 발자국들추억의 파편처럼 흩어지고하늘 향해 뼈대만 세운 나무들의 숲 그 소슬한 숲속에서 감나무들이홀로 타는 불꽃처럼 등불 밝혀스러진 것들의 흔적을 비춘다 산봉우리는 흰 수의(壽衣) 입은 듯 고요하고&n

  • 천병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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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1 693호 머나먼 고향

철부지 어린 날의 휘파람 소리 따라저무는 하늘 가에 아스라히 달빛 차오르면그날의 강물은 소리 없이 고향 마당으로흐릅니다. 어머니 굽은 등 뒤로 흩어지던 저녁 연기,해 질 무렵 골목길에 그리운 옛 동무들이제는 손끝에 닿지 않는 달콤한 아지랑이 같아 눈을 감으면 어렴풋이 그 풍경이 떠오릅니다. 차가운 도시의 불빛이 별을 삼킨 밤,&n

  • 권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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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1 693호 동천 홍토지

붉은 파도처럼 밀려오는적도 고원의 물결붉은 밭끝없이 이어지는 언덕 위시간이 그린 거대한추상화흙은 조각보로 짜인 계단식 농경지수확의 계절따라 물드는 색채의 물결 속 대지의 꽃이 피고소박한 삶은 숨 쉬던 영혼의 숨결한 생을계절의 빛깔로 견뎌 온한 노파의 입가에 흘린 긴 곰방대 끝에서 피어오르는 파란 연기모두는저마다의 빛을 안고대지로 돌아가는

  • 배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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