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겨울호 2025년 12월 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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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가 깊어 바닷물이 넘친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연안에
알을 낳는 고등어
바람이 낮게 엎드린 해송숲 따라
민들레 홀씨들이 서둘러 비행을 한다
기억 속 오류에는
동쪽 바다 깊은 곳에
푸른 고등어와 흰 고래가 함께 살았다
갯바위 사랑 노래 흐르는
보름달 뜨는 밤이면
바다는 깊은 고독 속으로 빠져들고
슬픈 파도가 밀려왔다가 돌아서기를 반복했다
손때 묻은 낡은 어구가 유일한 친구인
늙은 어부 얼굴에는 오늘도
만선의 기쁨이 출렁인다
백아도 어금니 마을에
싱싱한 고등어가 떼로 잡혀
도시로 팔려 갔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경매장 바닥에 누워 있던 푸른 고등어
양철지붕 굴뚝 식당에 팔려가
뜨거운 화덕 위에서 위대한 다비식을 치룬다
눈부신 아침 햇살 일렁이는 바닷가
어부 투망 속 갇힌 시어들이 싱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