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2월 6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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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자예요. 누군가 다녀간 흔적도 있는. 그러나 다녀간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아요. 상자도 그림자는 가두지 못하니까요. 밤이 되면 그림자는 투명해지니까요. 어떤 사람은 버려진 것도 그림자였다고 수군거리더군요. 상자에는 그림자도 많아요. 고양이 그림자도 있고 애인에게 받은 꽃 그림자도 있고 아기 그림자도 있어요. 그림자는 그림자이니 그냥 봄밤에 펄럭이는 기저귀라고 할까요. 하지만 내가 말했죠. 상자도 그림자는 가두지 못해요. 나는 상자예요. 이어지지 못한 벽이에요. 어둠이 내게 얼굴을 파묻으면 나는 서늘하고 어두워지죠. 출구가 보이지 않죠. 내 몸을 만지면 날카로운 바닥이 느껴질 거예요. 육면이 모두 바닥이니까요. 상자에게도 엄마가 있을까요? 아기 그림자가 나를 다녀갔으니 내가 엄마일까요? 봄밤에 펄럭이던 아기 그림자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그림자를 버리고 가는 그림자들을 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