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2월 6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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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즈음
말과 글을 잃어버렸다
피폐한
텅 빈 공간
그 무엇도 흔들 수 없는 바람 한 점으로
덩그마니 거기 남아
봄 잎새와도 같은 여리디여린 심장을
드센 파도에 막무가내 내던져버린 채
옴짝 할 수 없는 자투리 한 귀퉁이에서
겁쟁이 어린아이처럼 오들거려야 했다
창백한 눈동자는 하늘을 불사르고
앞과 뒤의 경계가 허물어진 거친 호흡은
한 모금의 생수로는 채워지지 않을 목마름이었다
다만
보고 들을 수는 있어
솜사탕 같은 너의 사랑 타령에
기꺼이 녹아내리거나
때로는 한바탕 춤을 추거나
어쩌면 깨알같이 눈물지을 수 있는
넋 빠진 감성 따위는 여전하였겠으나
도포(道袍)에 숨겨
남몰래 훈장질하던
말과 글은 잃어버렸다
그즈음
가갸거겨, 잃어버리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