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2월 684호
103
0
입 하나로 살아가는
분을 알고 있다
그는 반듯하게 닦인 길보다
구질구질한 뻘밭을 좋아하며
제 발자국 남기기를 좋아한다
가만히 꼼지락을 들여다보면
그가 갯벌에 시를 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분의 입은 늘 굳게 닫혀 있다
그는 누구나 가진 집 한 채 없어서
등에 무거운 짐을 지고 다닌다
가끔씩 입속에 연분홍빛 새끼 뱀을
키울 때가 있다
그는 새끼 뱀을 붓처럼 꺼내어
썰물과 밀물을 노래하곤 한다
항구의 불빛이 너무 밝을 때
그는 눈을 찡그리며 뻘 속으로
깊이 들어가 숨기도 한다
그는 숨을 참는 법을 몰라
제 숨은 곳을 금방 들키곤 한다
그는 불판에 올려져
몸이 굳어갈 때에도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할 수 있는 거라곤 입을 쩍
벌리는 일뿐이다